제조업의 서비스업화가 진전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고 제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수한 서비스산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법률ㆍ회계ㆍ통신ㆍ금융ㆍ물류 등의 서비스업이 발전하지 않고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 편입은 물론이고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어렵다.
전통적으로 서비스업에는 많은 규제가 적용됐다. 기본적으로 서비스업에 대한 외국인투자를 허용하지 않았고 국내 기업에 대한 진입장벽도 높았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로 서비스산업이 다자무역규범의 범주로 편입되면서 부분적으로 자유화와 규제가 완화됐지만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보호장벽이 높은 국가의 서비스산업은 국제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고 이해집단이 각종 로비를 통해 보호장벽을 유지해왔다. 규제와 진입장벽이 높은 서비스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찾기보다는 현재 상황에 안주하게 된다. 그래서 서비스산업에 대한 새로운 경쟁자가 들어와 산업 전체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경제발전 단계에서 다양한 서비스산업에서 창출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 제조업 일자리 공백을 메움에 따라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고용의 안정성이 유지돼왔다.
지난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된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수년 동안 표류해온 반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세계무역기구(WTO)의 위상은 예전만 못한 상황이 돼왔다. 과거 다자협상을 이끌어왔던 미국과 유럽이 경제불황으로 DDA 협상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ㆍ인도ㆍ브라질 등 신흥개도국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해관계가 복잡해져 WTO가 위치한 제네바의 분위기는 과거와 같은 활기를 느끼기 어렵다.
또한 농업ㆍ제조업ㆍ서비스ㆍ투자 및 무역규범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협상의제를 관리하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 간 의견 차이를 조율하는 데 WTO의 역량과 한계가 노출되면서 WTO 무용론도 나오곤 했다. 이렇게 많은 분야에 대해 전체 회원국 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괄타결(single undertaking)'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지난해부터 WTO는 일부 회원국들 간 합의도출이 가능한 분야에 집중하는 '소규모 타결(small package)'방식을 검토해왔다. 부분적이나마 협상타결 실적을 기록함으로써 DDA 협상 교착상태를 타파해야 한다는 압력이 작용했다. 올해부터 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국제서비스협정(ISA)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ㆍEUㆍ일본 등 21개 국가 간 서비스교역 무역자유화 방안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ISA 협상 타결시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0.6%(12억달러)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SA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이미 WTO에 서비스양허안을 제출했고 서비스시장개방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진 국가들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금년 중 협상 타결이 가능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EU 등과 이미 FTA를 체결해 ISA 협상에서의 논란 여지가 작은 반면 전세계적인 서비스자유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우리나라는 ISA 협상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ISA 협상은 현재의 21개국 간 자유화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중국ㆍ아세안ㆍ인도ㆍ브라질ㆍ러시아 등 신흥국 서비스산업 개방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또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글로벌 서비스업 자유화 추진을 위해서는 유통법 규제와 같은 국내 서비스 보호주의 도입에 신중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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