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등은 26일(현지시간) 시리자 내 강경파인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재무장관이 5명으로 이뤄진 비밀팀을 통해 수개월간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 구제금융을 받지 못해 은행 자금줄이 막힐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정권을 잡기 전부터 치프라스 당시 시리자 당수는 그리스 금융이 올스톱될 경우에 대비해 드라크마화로 결제할 수 있는 유사은행 시스템을 만들자는 바루파키스의 계획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유로화 결제 시스템을 드라크마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국세청이 가진 모든 납세자 정보가 필요해 비밀팀이 국제채권단 몰래 해킹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치프라스 총리가 이러한 조치를 승인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은 바루파키스 전 장관이 16일 한 투자자 회의에 참석해 발언한 내용을 그리스 보수계 일간지 카티메리니가 입수하면서 공개됐다.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그리스 국민들이 사용하는 온라인 세금계좌의 비밀번호를 비밀리에 복사한 뒤 새 비밀번호를 생성해 유사결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며 “이를 통해 ECB의 공격적 정책으로 그리스 은행들이 폐쇄됐더라도 그리스에 다소 ‘숨 쉴 공간’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카티메리니는 전했다.
보도가 나간 후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자신의 말을 인용한 보도는 정확하지만 그리스 국내 언론의 일부 보도가 자신이 마치 처음부터 드라크마화 복귀를 계획했던 것처럼 보이도록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은 나를 사기꾼인 재무장관으로 만들었다”며 “치프라스 정부의 첫 5개월 동안 이뤄졌던 시도를 역사의 쓰레기통에 처박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시리자 내의 또 다른 과격한 ‘플랜B’ 조치도 뒤늦게 알려졌다. 파나기오티스 라파자니스 전 그리스 에너지장관은 현지 매체인 리얼뉴스데일리 일요판 인터뷰에서 “ECB와 맞서 싸우기 위해 그리스 중앙은행 준비금을 사용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었다”며 “이러한 조치는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퇴출됐더라도 연금과 공공 부문 임금 지급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디미트리스 마르다스 그리스 재무차관은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 탈퇴인 플랜B 계획을 논의한 적이 없다면서 관련 보도를 모두 부인했다.
한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3차 구제금융은 그리스의 채무를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늘릴 것이며 그리스는 결국 국제채권단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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