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은 2008년 1월 베이징에서 열린 원앙부동산배 세계여자선수권에서 루이9단을 2대1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이미 8단에 올라있던 박지은은 그 우승으로 9단이 되었다. 한국 최초의 여류9단이 된 것이었다. 모처럼 타이젬의 생중계를 맡고서 긴장이 되었는지 일껏 만들어 올렸던 참고도들이 우연히 모두 날아가 버리자 한숨을 포옥 내쉬며 말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군요.”(박지은) 흑이 35로 밀자 박지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서 백의 응수에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박지은) 같은 시각에 사이버오로 생중계실의 최명훈9단은 참고도1의 백1 이하 13을 소개하고 있었다. 실전보의 백36으로 받는 길이 하나이고 참고도1의 백1로 두는 길이 또 하나라는 것이 박지은의 얘기였다. 이세돌이 실전보처럼 곱게 뻗은 것은 이쪽이 중원의 발언권이라는 면에서 더 유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되면 흑37,39는 절대수. 백40은 행마의 요령이다. 흑이 당장 참고도2의 흑1,3으로 끊는 것은 성급한 작전이다. 우변에 떠있는 흑의 미생마가 한층 더 고단한 신세가 될 것이므로. “어려운 장면입니다.”(최명훈) 황이중은 20분을 장고하고 다음 수를 두었다. 그곳이 어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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