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은 떼놓은 당상 같았던 주타누가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일단 18번홀 티샷이 짧았고 두 번째 샷이 그린 오른쪽 벙커 턱과 벙커 안 바위 사이에 걸렸다. 1벌타를 받는 ‘언플레이어블(unplayable)’을 선언한 뒤 벙커 모래에서 시도한 네 번째 샷도 그린을 넘어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 타 만에만 넣으면 우승을 지킬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러프에서 퍼터로 민 볼이 긴 풀에 걸려 그린에 못 미쳤다. 이후 보기 퍼트가 홀에서 1m를 지나갔고 이때부터 박인비도 연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더블 보기는 무난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타누가른의 1m 더블 보기 퍼트는 홀 왼쪽 가장자리를 훑고 나왔다. 날벼락 같은 트리플 보기였다.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 신인의 멘털 붕괴. 홈 팬들의 탄식 속에 주타누가른은 통한의 눈물을 떨어뜨렸고 박인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단독 5위로 출발, 버디 6개ㆍ보기 1개로 5타를 줄인 한 타차 우승(최종 합계 12언더파). 지난해 2승을 올렸던 박인비는 시즌 첫 승이자 LPGA 투어 통산 4승을 챙기게 됐다. 우승 상금은 22만5,000달러(약 2억4,000만원). 경기 후 박인비는 “우승은 기대도 안 했는데 이렇게 선물을 받았다”며 “첫 대회에서 우승해 올 시즌 활약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랭킹 1위 청야니는 이날만 9타를 줄여 코스 레코트 타이 기록(63타)을 작성, 유소연과 함께 공동 3위(10언더파)에 올랐다. 최나연은 7위(9언더파), 김인경은 공동 10위(7언더파)에 이름을 올리는 등 한국 선수 4명이 톱 10에 들었다. 뉴질랜드동포 리디아 고는 신지애와 함께 공동 14위(5언더파)로 대회를 마쳤고 박세리는 공동 19위(4언더파)에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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