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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 영웅전] 다시 만난 두 사람

제1보(1~14)



후지쯔배 8강전에서 이세돌이 이창호를 완벽하게 제압한 사건은 두 사람을 주시하던 평론가들과 기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년 동안 7전7패를 기록했던 이세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승리는 박정상의 길을 터주는 구실에 그치게 되었다. 이세돌은 준결승에서 저우허양에게 패했고 저우허양은 결승에서 박정상에게 우승컵을 진상했다. 2006년 8월 3일 이세돌은 최원용을 2대0으로 물리치고 물가정보배를 차지하게 된다. 우승상금은 2천2백만원. 그때까지 맥심커피배 하나뿐이었던 이세돌은 국내기전 2관왕이 된다. 9월 1일. 도쿄의 일본기원. 이세돌은 다시 이창호와 일전을 치르게 된다. 도요타덴소배 준결승이었다. 구리와 펑첸을 꺾고 모처럼 준결승에 오른 이창호가 이세돌과 맞닥뜨리게 되자 기자들은 이 일전을 또다시 ‘결승 같은 준결승’이라고 대서특필했다. “만약 이세돌이 또 이긴다면 이젠 이창호를 완전히 극복했다는 증거가 될 겁니다. 반대로 이창호가 이긴다면 이세돌의 기세는 대번에 꺾일 겁니다.”(김성룡) 이세돌의 흑번. 흑9를 보고 한국기원 검토실의 조한승9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착점이 바로 이세돌류라고 할 수 있지요. 상변이 쟁점이라고 생각하고 유리한 지형을 만든 겁니다.”(조한승) 백10은 참고도의 흑1로 받아 달라는 주문. 그것이면 백은 2로 계속 누른다. 흑3이면 또 힘차게 4로 누른다. 흑은 저위에 치우치고 백은 시원한 외세를 얻게 된다. 그러므로 실전보 흑11, 13의 절단은 절대였다. “이세돌이 즐기는 싸움바둑이 되었어요. 하긴 요즈음 이창호도 싸움을 점점 즐기게 되긴 했지요.”(김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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