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58> 누구의 당당함에 손을 드시겠습니까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직장에서 상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업무의 실제 성과에는 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사건건 문제 삼는 리더를 보았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그에게 사직서 한 장 던져놓고 문을 박차고 나오는 상상을 해본 적은 없으신지요. 하지만 이런 낭만적인 상상은 가장 위험한 것임을 깨닫고 그 미몽에서 깨어나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특히 직장 생활처럼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는 말이죠.

‘끝까지 버티자.’ 50세가 넘어 직장 생활을 계속 하고 있으면서 승진의 길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버틴다’는 의미에는 자신이 비굴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참는다, 당장 짜증은 나지만 미래를 위해 견딘다는 뉘앙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끙끙 앓고, 그것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 생겼다고 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문제를 봉합하려 합니다. 때때로 힘센 상사에게 비굴해지고, 흥정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로 키’(Low key)로 나가는 자세가 더 좋지 않은 결과를 자주 초래합니다. 왜냐하면 무엇인가 열등감이 있으니 무조건 몸을 낮추고 소통을 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으니까요. 이래저래 당당하지 않으면 뭔가 능력이 부족하고 소신이 없는 사람처럼 인식되기도 합니다.

당당하다는 것은 갈등이 생겼을 때 본인이 생각하는 원칙과 소신에 부합하지 않다면, 상대방과의 소통을 기꺼이 포기할 권리가 있음을 인지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관계를 유지하려면 누군가에게 ‘접고’ 들어가야 마땅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저자세로만 일관하는 사람들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그가 옳은가 그른가를 따지는 것 못지 않게 ‘그가 얼마나 스스로에게 당당한가’도 평가하기 때문이죠.

지난 8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의원 총회에서 ‘박수’로 일단락난 결의안을 따르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는 사퇴 소감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15년간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 가치를 지향하는 질문을 오랫동안 품어 왔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일련의 상황을 두고 팟캐스트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상대를 잘못 골랐다”고 평하기도 했죠. 기본적으로 자신이 당당하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아무리 외압을 주더라도 굽힐 유 의원이 아니라는 해석입니다.



승리한 사람만 승자로 기억되는 건 아닙니다.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의 ‘소신’에 공감한다면 적어도 누군가에게는 표면적 결과를 뒤엎는 승패로 기억될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누구의 당당함에 손을 들어 주셨습니까.

/iluvny23@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