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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무엇을 물려준다고?

피터 드러커에게서 마지막으로 배울 점 한 가지는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혹은 창시자’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스스로 도그마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필자는 언젠가 드러커에게 자신의 경영사상의 후계자는 누구인지 물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드러커는 짧게 “No”라고 대답했다. 드러커는 무덤도 만들지 않았다. 사람을 귀찮게 하지 않으려는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드러커는 강의를 했고 여러 권의 책을 남겼으며 또 컨설팅을 했으므로 자신의 강의를 들은 제자들과 컨설팅을 받은 사람들, 그리고 드러커를 만나거나 책을 읽고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있을 뿐 뚜렷하게 지적 후계자를 남기지 않았다. 지적 후계자에 대한 드러커의 관점은 독일의 사회학자 게오르크 지멜의 것과 유사하다. 지멜은 뚜렷한 제자를 두지도 않았고 학파를 구성하지도 않았다. 지멜의 아웃사이더 의식은 세상을 뜨기 얼마 전에 남긴 일기에 잘 나타나 있다. ‘나는 내가 지적인 상속자 없이 죽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또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안다. 말하자면 나의 유산은 많은 상속자들에게 현금으로 배분될 것이며 그들은 각자의 몫을 자신의 성격에 맞도록 바꿔 사용하게 될 것이다.’ 토머스 제퍼슨은 자신의 긴 생애를 마감할 무렵 ‘어느 세대나 그 세대를 위한 새로운 혁명을 필요로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같은 시대, 독일의 위대한 시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도 비록 극단적인 보수주의자였지만 만년에는 ‘한 때는 그다지도 합리적이었던 것이 이제는 무의미해지고 은혜는 재앙의 씨앗이 될지니(恩生於害)’라면서 제퍼슨과 같은 심정을 토로했다. 제퍼슨과 괴테 둘 다 계몽주의와 프랑스혁명의 유산에 대해 그들 세대가 품고 있는 환멸을 이런 식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모든 이론ㆍ가치, 그리고 인간의 머리와 손이 만들어낸 모든 가공품은 낡고 경직되며 진부화돼 결국 재앙의 씨앗이 된다.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중력의 법칙에 따라 모든 건물은 무너진다. 따라서 경영혁신과 기업가정신은 제퍼슨과 괴테가 각각의 세대가 실현하기를 바랐던 것을 유혈사태ㆍ내전ㆍ문화대혁명 혹은 강제수용소도 없이, 그리고 경제적 파국을 일으키지 않고도 실현하도록 한다. 따라서 경영혁신과 기업가정신은 경제에서 필요한 것만큼 사회에서도 필요하고 영리조직에서 필요한 것만큼 공공서비스기관에서도 필요하다. 경영혁신과 기업가정신은 ‘한번에 한 걸음 씩’ 즉 여기에는 이 제품, 저기에는 저 정책, 다른 쪽에는 다른 공공서비스라는 식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드러커는 철도에서 인터넷까지 즉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 초기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이론과 통찰이 적합했지만 그 후에는 새로운 통찰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떠났다. ‘한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그 예술에는 그 자유를’이라고 외친 빈의 분리파(secession) 예술가처럼 말이다. 조금 비약하자면 드러커는 자신의 생각과 이론과 주장도 결국 혁신의 대상이 되고 마치 자신이 과학적 관리법의 아버지 프레더릭 테일러를 재평가하고 또한 초월했듯이 현대경영학에도 학문적 기업가정신을 가진 누군가가 나타나 새로운 사회와 현실에 적합한 새로운 생각과 이론이 나와야 한다는 것을 드러커는 암시하고 있다. 꽤나 유명했던 어떤 사람이 죽었다. 유족은 유품 속에서 망자의 일기를 발견했다. 자식들은 그것을 관에 넣어야 할지 태워버려야 할지 책으로 남겨야 할지 큰 고민을 했다. 대체로 유품은 남아 있는 유족들에게 때로는 고민을 심지어는 환멸을 안겨주게 된다. 정말이지 재산을 포함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이 최대의 자식 사랑인지도 모른다. 죽은 자가 산 자의 할 일과 갈 길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기존의 정책을 무시한다고 야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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