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부인 구보타 시게코(사진)씨가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23일 저녁(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78세.
경기도 용인에 있는 백남준아트센터 측은 26일 "생전의 백남준 선생과 작품활동을 함께했던 작가 등으로부터 구보타씨가 현지 병원에서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암 투병을 하던 구보타씨의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도쿄교육대에서 조각을 전공한 구보타씨는 자신도 전위적 예술운동인 '플럭서스' 멤버로 비디오 아티스트로 활동했으며 백남준에게는 예술적 동반자의 삶을 살았다.
지난 1963년 백남준을 처음 만난 구보타씨는 2006년 사별할 때까지 그와 함께했다. 슬하에 자식은 없다.
도쿄에 살고 있던 구보타씨는 백남준이 도쿄에서 퍼포먼스를 했을 당시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남준은 이미 독일에서 유명한 아티스트로 이름을 날리고 있을 때였고 두 사람은 만난 지 14년이 지난 1977년 결혼했다. 구보타씨는 3년 전 백남준의 80회 생일을 맞아 한국을 찾은 자리에서 1960년대 뉴욕에서 백남준과 함께 비디오 아티스트로 활동하던 때를 회상하며 백남준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오늘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21세기 예술의 문을 열어준 사람"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1996년 백남준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구보타씨는 자신의 예술활동을 포기하고 남편을 돌봤다. 그렇지만 "남편과 함께 한 시간 자체가 예술이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10년 넘게 연인으로 지냈지만 결혼만은 거부했던 백남준이 돌연 청혼한 이야기 등을 담은 회고록 '나의 사랑, 백남준'을 남겼다. 2010년 이 책의 출간 간담회, 2012년 백남준 탄생 80주년을 맞아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 특별전 등 계기가 있을 때마다 한국을 찾아 인연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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