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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과목 축소에 해당 교사들 자괴감

“한 반에 서너 명 데리고 수업하라는 얘기네요.” “이제부터라도 다른 직업 알아봐야겠습니다.”

19일 발표된 ‘2014학년도 수능시험 개편방안’에 대해 비(非) 국ㆍ영ㆍ수 과목 교사들은 분노를 넘어 자괴감을 토로했다. 학생들의 공부 부담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사회ㆍ과학 탐구영역 시험과목 수가 1과목으로 대폭 축소되면서 해당 과목 교사들은 교육과정의 파행 운영과 과원(過員) 교사 문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수능에서 국영수 등 주지교과의 비중이 더욱 커지게 됨에 따라 사회ㆍ과학 탐구 과목의 수업 시수 축소는 불가피하다. 해당 과목 교사의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사회ㆍ과학 탐구과목의 수업 시수 축소는 이미 진행형이다. 서울 송파구의 J고는 지난해까지 6단위였던 역사과목(국사ㆍ세계사ㆍ한국근현대사)의 수업 시수가 올해 5단위로 줄었다. 보통 1주일 한 시간 수업을 한 학기 하면 1단위이고 1년이면 2단위가 된다.

이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채 모 교사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과 시수를 20% 범위에서 증감할 수 있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이 내년부터 적용되면 사회탐구과목 수업 시수를 더 줄일 것”이라면서 “학교에서 수업시간은 과목별로 골고루 편성하겠지만 학생들이 자신이 수능에서 보지 않을 과목 수업을 집중해서 들으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과학탐구영역도 마찬가지다. 1과목만 시험을 보게 된다면 화학을 선택한 학생이 물리나 생명과학 수업을 열심히 들을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일선 교사들은 이 같은 사회ㆍ과학 탐구영역의 비중 축소는 기초 교양교육 부실로 이어져 학생들의 학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희나 경기북과학고 교사는 “실제로 이공계 대학 교수들을 만나보면 학생들이 용액 하나 제대로 못 만들 만큼 수학능력이 너무 떨어져 있다고 지적하는데 이는 학생들이 고교에서 쉬운 과목만 들었기 때문”이라면서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조금 줄이자고 기초 과학교육을 황폐화시키는 우를 범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수능 시험과목 축소가 심각한 교사 수급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일선 학교들이 국영수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경우 이들 과목 교사 수요는 커지는 반면 다른 과목의 경우 과원교사가 크게 늘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내 중학교의 경우 내년에 영어는 9,214단위, 수학은 6,545단위를 늘릴 예정인 반면 사회과목군은 2,448단위, 과학과목군은 3,706단위, 선택과목군은 5,610단위를 줄일 계획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교사는 “정원(TO)에서 감(減)해진 교과 교사를 교육감에 빗대‘TO감(監)’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 지금의 학교 현장”이라면서 “정부가 수능 시험과목 축소에 따른 파급효과가 얼마나 클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오창훈 서울 반포고 교사는 “제2외국어나 한문ㆍ기술ㆍ가정 등 생활ㆍ교양에 해당하는 선택과목 교사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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