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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5월 24일] '산탄데르 모델' 답이 될 수 없다

한국의 금융권에서 해외로 뻗어나가려는 의지가 뜨겁다. 포화상태의 국내시장에서 과당 경쟁하는 대신 해외에 진출해 글로벌 리더가 돼야 한다는 우리 금융인들의 의지는 최근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한국판 산탄데르 은행이 탄생해야 한다"는 얘기로 압축된다. 진 위원장의 언급을 은행들이 오해하지는 말아야 한다. 스페인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 같은 성공 케이스를 보라는 것이지 산탄데르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산탄데르 모델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은 흡사 뉴욕ㆍ런던에서 파생상품이 유행이라고 따라 하다가 한국의 은행들에서 큰 손실만 본 아픈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산탄데르 은행이 왜 성공했는지 잘 알아야 한다. 몇 달 전 송현칼럼에서 필자는 일본계 은행들이 왜 미국 금융시장 진출에 실패했는지를 분석했다. 캐나다 TD은행이나 영국 HSBC,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등이 순조롭게 적응해 성공한 미국 금융시장에서 왜 일본은행들은 하나같이 전부 실패했는가. 핵심은 커뮤니케이션 실패에 있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니 자동차나 전자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과 전혀 다른 서비스 산업에서 소통에 실패하고 자기들이 가장 잘 아는 금융상품을 가장 잘 아는 시장에서 팔아야 하는 철칙에서 벌써 게임이 되지 않을 시작을 한 것이었다. 산탄데르가 왜 남미ㆍ유럽에 치중했는지 알아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핵심을 그들은 알고 시작했다. 그들은 남미의 현지 시장을 잘 알고 전문화했다. 다른 은행들보다 우선 언어에서 그들은 우위에 있는 시장을 파고든 것이다.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글로벌 분야를 전문화, 특화 경영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초점을 두는 전략인 '1단계 국내 1위, 2단계 해외 인수합병(M&A)의 전략'은 글로벌 리더로 산탄데르가 성공하는 데 필요 불가결한 전략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대형 사이즈만 되면 국내 1위는 필요조건이 아니다. 현지 은행 인수전략도 남미라는 지역에서 그들의 언어와 시장이해 면의 우위로 쉽게 실행됐다. 그들의 해외담당 인력들은 전문화된 그룹이었다. 필자는 지금 국내 어느 은행이 해외진출 전략으로 삼고 있는 미국 서부의 한인은행 M&A 진척상황을 보면서 한국은 산탄데르 흉내를 내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M&A란 철저한 계획과 준비로 모든 전선에서 완벽한 플레이를 한 다음 어느 날 아침 허를 찌르는 공식발표로 과정을 마감해야 한다. 이 은행이 하는 작업은 국내에서 먼저 주식 인수가격이 결정도 나기 전에 너무나 많은 것들이 허술하게 흘러나오고 전문성 없이 진척돼 미국 현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아마추어리즘의 표본이 됐다. 금융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이 중시되지만 글로벌 관리인력은 전문화의 정도가 높고 수준 높은 인력이 집중돼야 한다. TD은행과 RBC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것. 자본력과 규모 및 배경 면에서 열세이던 LA 중심의 미국 한인소유 은행들이 뉴욕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은행 미주법인과 지점들을 압도하고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기본 원인은 산탄데르가 유럽ㆍ남미 시장에서 성공한 이유와 하나도 다른 점 없이 똑같다. 자기들이 가장 잘 아는 시장에서 특화된 현지맞춤 금융 서비스를 그곳에 전문화된 인력들로 서비스하는 것이 성공을 가져온 것이다. 필자는 이곳 미주 한인금융을 20년 넘게 가까이에서 관찰해왔다. 한국에 있는 은행들이 미국 현지 진출에서 성공하려면 고쳐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중요한 고객들 가정의 길흉사 날짜까지 기억하고 챙기는 현지한인 금융인들과 3~4년씩 순환근무로 현지 사정을 익히는 데 반년이 걸리는 한국의 은행에서 온 인력들과 경쟁에서 누가 승리할지는 국내에서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현지 인력들과의 조화도 해결해야 할 큰 문제이다. 산탄데르처럼 접근할 수 없으면 다른 선택은 현지인을 중심으로 한 이익중심(profit center) 개념으로 기관 컨트롤을 하는 방법이 있다. 1년씩 이익목표를 책임지게 하되 자율을 부여해 현지 미국인ㆍ영국인 등 그 나라 현지 인력 중심으로 나가는 것이다. 이 방법은 영미를 중심으로 자리가 잘 잡힌 경제적 토대가 있는 곳에서만 가능하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같은 곳에서는 초기에 자리 잡기는 쉽지만 경제의 폐쇄성과 제한적인 환경이 장래에 족쇄가 될 수 있고 이제는 이런 환경에서도 옛날처럼 값싼 M&A를 할 여지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한국 은행들의 해외 진출. 너무나 어려운 과제이고 현지 언어와 문화에 정통한 특화된 인력들이 적어도 한곳에 10년 넘게 노하우를 가지고 임해야 하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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