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의 침체가 심화되면서 당분간 지구촌의 인수ㆍ합병(M&A) 시장이 냉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시장에서 비롯된 신용경색의 한파가 기업들의 향후 재무제표 및 실적전망을 어둡게 하면서 M&A에 대한 의지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자문 그룹인 KPMG는 최근 발표한 ‘글로벌 M&A 전망대’에서 앞으로 1년동안 기업들은 M&A를 감당할 재정능력이나 이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KPMG의 보고서는 라틴아메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 기업들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향후 4개 분기 주당순익(EPS)을 현재 주가로 나눠 미래 주가를 판단하는 수치다. 또 기업의 영업현금흐름을 판단하는 지표인 이자ㆍ세금ㆍ감가상각이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순부채비율이 증가하고 있어 전체적인 M&A 시장이 활력을 잃고 있다고 전했다. 예상 PER가 낮으면 낮을수록 해당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매수가치가 높다는 의미지만 PER가 급격히 내려가면 기업의 성장세가 그만큼 낮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KPMG는 전 세계 1,000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예상 PER가 6개월 전과 비교해 17배에서 15.3배로 내려앉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EBITDA 순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0.81배에서 0.93배로 증가했다. 이는 기업이 재무제표상 창출 가능한 현금흐름 능력이 낮다는 의미여서 그만큼 장래성을 떨어뜨린다. 이에 따라 한동안 기업들간에 치열한 경쟁을 양산했던 M&A 기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FT는 이 같은 현상이 글로벌 신용경색의 여파가 기업들에 저가 M&A사냥에 나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고 해석했다. 스티븐 바렛 KPMG 기업금융 대표는 “우리가 추산한 지표들이 M&A 시장에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그렇다고 M&A 활동이 완전히 멎을 것이란 뜻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퇴보현상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지 매디슨 크레디스위스 투자부문 이사는 “문제는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심한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런 문제들이 M&A 성사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금융전문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세계 M&A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분의 1 가까이 줄어든 1조8,6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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