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람들의 관심이 건강, 자녀교육 등으로 많이 옮겨가고 있어 '좋은 기가 흐르는 집'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풍수와 관계된 속설은 무궁무진하다. 경매로 나온 집은 운이 없다며 낙찰 받기를 꺼리는가 하면 자영업자들은 불이 난 상가가 재복이 불러온다고 오히려 비싼 값을 치르고 매입하기도 한다. 심지어 사옥과 사업장 입지 결정 등의 경제활동 전반에도 풍수지리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제희(50ㆍ사진) 대한풍수지리학회장은 "지난 몇 년간은 집의 재테크적 측면이 많이 부각돼 자기에게 맞는 집 보다는 단순한 입지와 가격 상승 가능성만 따져 집을 고르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 이 같은 사람들의 관심에 변화가 생기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 학회장은 "상류층이나 부자일수록 풍수지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골프빌리지 등 세컨드하우스를 매입할 때도 풍수를 보곤 한다"며 "부와 명성, 건강 등에 나쁜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들도 사옥을 옮기거나 외국에 지사를 낼 때 풍수를 따진다고 한다. 고 학회장은 "몇 년 전부터 SㆍL그룹등 국내 대기업 사옥이나 외국 지사에 대한 컨설팅을 해왔다"며 "최근에는 모 은행이 PB센터를 세우기 위한 풍수적 자문을 구해왔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요청이 있으면 몇 군데 후보지를 고른 후 최종 선택을 하기 전에 해가 될 점은 없는지 등을 풍수적으로 확인해 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집은 어떤 집일까. 주택ㆍ빌딩의 풍수를 볼 때 건물이 들어설 터와 건물의 형태, 가구 배치, 조명, 화초류의 위치 등 실내 인테리어, 주변 지형물 등 여러 가지를 따지게 된다. 하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이 들어설 '터'다. "땅의 기운, 지기(地氣)가 좋은 곳에서 지어지는 건물은 주택이든 회사든 좋은 기운을 품는 장소가 되기 마련"이라는 것이 고 학회장은 밝혔다. 마을의 터로 가장 좋은 형태는 뒤로 산이 있고 앞으로는 물이 있는 '배산임수(背山臨水)'형이다. 이런 터는 바람의 소통이 좋기 때문이 집안에 늘 신선한 공기가 머무른다는 것. 여기에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은 축선이 더해진다면 겨울 찬바람을 막아줘 금상첨화다. 서울의 부촌으로 꼽히는 성북동과 한남동 등이 모두 이런 귀한 지형을 갖춘 명당이라고 고 학회장은 설명했다. 최근에는 고급 주택을 중심으로 풍수마케팅을 펼치는 주택업체들도 늘고 있다. 고 학회장 역시 최근 판교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는 '아펠바움'의 풍수 자문을 맡았다. 그는 "사소한 단점들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더 좋은 기운이 흐르는 집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