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통을 반쯤 벗은 농부들을 그린 단원 김홍도의 '타작'에는 일하는 사람들 외에 비뚤어진 갓을 쓰고 뒤쪽에 비스듬히 누운 사내도 등장한다. 힘겨워도 웃고 있는 농부들과 달리 납작코의 사내는 표정이 뚱하다. 땅을 경작하는 사람과 땅의 주인이 일치하지 않은 당시 사회의 부조리함을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수확의 즐거움과 수탈의 괴로움'으로 해석했다. 풍속화는 단순한 그림을 넘어 활자 이상의 정보를 담고 있고 역사를 뛰어넘는 사료적 가치를 갖는다. 이에 저자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풍속화를 꼼꼼히 살피면 조선시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며 풍속화로 알아낸 조선 후기의 생활상과 문제의식, 부조리, 민중들의 애환을 정리해 '조선 풍속사' 3권을 완간했다. 1권은 '조선 사람들, 단원의 그림이 되다'는 부제로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25점을 다뤘다. 저자는 "단원은 그저 붓을 들고 화폭에 옮겼을 뿐 걸작을 탄생시킨 것은 조선 뒷골못 사람들의 지극히 평범하고 무구한 일상인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2권 '조선 사람들, 풍속으로 남다'는 기산 김준근 등 비교적 덜 알려진 조선시대 풍속화들을 소개했고 3권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는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30점을 풀이했다. 개의 짝짓기를 보며 배시시 웃는 양반댁 과부, 어린 종년을 희롱하는 젊은 양반, 한밤중에 여인네의 허리를 껴안은 군복입은 남자 등 혜원의 그림에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은밀하게 감춰진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각 1만8,000~2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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