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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서부대개발 현장…내륙 3성을 가다] <2> 기회인가, 수렁인가
입력2005-06-08 18:15:55
수정
2005.06.08 18:15:55
"주먹구구식 계산으론 얼마 못버텨"<br>● 韓中합작법인 동심전지-기술력없이 값싼 원료만 의존<br>● 고신기술개발구-외투기업 지원프로그램 완벽
중국 내륙의 산시ㆍ잉허ㆍ칭하이ㆍ신장성과 내몽고가 서로 맞닿은 서부 교통의 요지 간쑤성(甘肅省)의 란저우(蘭州).
내몽고 고원지대와 청장고원의 접경에 위치한 황하 상류 황토고원지대인 이곳은 다양한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척박한 자연환경에 성 주민의 생활수준이 중국 내 하위권이다.
란저우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난 비포장 도로를 자동차로 30분가량 올라가면 흙벽돌로 옹기종기 지어진 집들 사이로 동심전지유한공사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공장이 나타난다. 단층짜리 건물 2개 동과 창고ㆍ전시장이 딸려 있는 이곳은 중국 정부가 서부대개발 계획을 처음 발표했던 지난 98년 중국과 한국이 각각 73.2%, 26.8%의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한중합작법인.
이곳에서는 비상용 충전식 배터리를 생산ㆍ수출하고 있다. 수출대상 지역은 한국ㆍ미국ㆍ브라질 등이지만 전체 물량의 90%가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중국내륙 탐방단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5~6명의 직원이 용접작업을 할 뿐 생산직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전지 생산라인도 멈춰 있었다. 200평 남짓한 공장에는 전지 생산설비가 가득 차 있었지만 20개 남짓한 축전지만 충전되고 있었다.
어느 모로 살펴봐도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공장으로 보이지 않았다.
◇“주먹구구식 계산으론 2~3년도 못 버틴다”=안내를 맡은 동심전지의 한 관계자는 “한국측 파트너의 자금력과 영업력이 떨어지면서 지난해부터 전지 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중국측 파트너의 역할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듯 한국 합작 파트너의 영업력과 자금에 절대 의존해왔음을 순순히 시인했다.
그나마 공장 일부라도 가동하고 있는 것은 간쑤성에서 많이 나는 아연(전지의 주원료)을 아연판으로 가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둘러보니 공장 한켠에는 아연판만이 잔뜩 쌓여 있었다.
‘낮은 인건비에다 원료산지까지 붙어 있으니 충분히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계산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인가를 고스란히 보여준 모습이었다.
이수행 오산무역 부회장은 “서부 내륙 진출을 결정할 때 단순히 원료를 싸고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만 바라보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란 생생한 증거”라며 “원료 구매권을 확실히 쥐지 못한 상황에서 영업력마저 떨어질 경우 대부분의 국내 중소기업들은 2~3년 안에 현지 사업체를 접을 수밖에 없다(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점점이 뿌려진 희망의 씨앗들=란저우 경제개발특구인 고신기술개발구.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성 정부청사에서 서쪽으로 10분쯤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잘 정돈된 도로, 각 사업별로 나눠진 공장 등 겉보기부터 칭하이성의 생물과학기술원과는 다른 인상이었다.
동행한 탐방단원들 사이에서는 “작은 구미공단 같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성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고신지구는 88년에 설립돼 91년 3월 국무원의 허가가 났다”며 “중국에 있는 27개 국가급 하이테크 산업개발구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다양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그는 또 “이곳에서는 외투기업 지원을 위한 각종 혜택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의 중복 규제를 피하기 위한 조치도 자체적으로 마련해놓고 있다”며 “(성 정부는) 특히 서부대개발 프로그램이 작동하자마자 고신기술개발구를 외자유치 거점 및 특화 교육을 통한 기술개발거점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이미 자체 기술만으로 석유탐사에서 유종의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계측기를 만들어 상업화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자체 인력시장을 갖춘 것도 눈길을 끌었다.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기술개발구 내에 인력시장을 마련하고 사용자와 노동자간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탐방단원인 유희문 한양대 교수는 “서부대개발 관련 프로젝트 중 자원개발을 제외하고 우리 기업들이 서부 내륙에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모델은 고신기술개발구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과 같은 방식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술로 승부를 걸어야지 단순히 인건비 절감만 노리고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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