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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대화, 성급한 기대는 우리 입지만 좁힌다

남북대화의 세 가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하나는 남북 당국자 간 움직임과 대화다. 두 번째는 우리 사회 내부에서 나오는 기대이며 세 번째는 미국의 입장이다. 세 가지 기류의 방향이 각각 다르다. 자칫 소득도 없이 갈등만 재확인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먼저 남북 당국 간 대화는 다소의 신경전에도 무리 없이 진행되는 분위기다. 막힐 대로 막혀 있던 북측이 느닷없이 대화를 제의하고 우리가 전격 수용한 이래 장관급회담 제의-개성 실무접촉 제의(북측)-판문점 수정 제의 같은 핑퐁게임 속에서도 12일 서울에서 장관급 회의를 갖는다는 큰 틀은 합의한 모양새다.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 사회 내부의 기류는 걱정스러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 북측의 속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감사드린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고 남북 정상회담이나 국회 교류 추진 논의도 나왔다. 가볍고 성급하다. 남북이 대화를 재개한다는 사실만 확인된 마당에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다.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마다 도발해온 북측이 구태를 반복한다면 어쩔 것인가.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주 말 “이번 일은 남북 간 문제이고 모든 이슈와 엮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못박은 셈이다. 미국이 한계선을 그은 이상 남북 장관급회담의 의제가 될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도 높은 수준의 협력과 교류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북핵 문제의 선결 없이는 우리 정부의 입지가 넓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마당에 각계각층의 과도한 기대는 우리의 입지만 좁힐 위험이 크다. 실무접촉의 결과를 차분하게 바라보면서 정부를 믿고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정부도 자세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동안 강경대응이 북의 양보를 이끌어냈으며 참아준 국민에게 감사하다는 식의 판단을 흘릴 게 아니라 보다 냉철하게 나서야 한다. 남북대화는 결과를 미리 약속하는 게 아니거니와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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