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회사 팍스콘은 세계 최대의 전자부품 제조업체인데 최근에는 애플의 아이폰을 제조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팍스콘은 중국 광둥성 선전(深圳) 등 9개 도시에 13개 공장을 운영하며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100만명가량을 고용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중국 관영 통신사인 신화사 보도에 따르면 팍스콘은 이제까지 로봇 사용에 소극적이어서 현재 약 1만대의 로봇만 사용하고 있었는데 향후 1년 안에 30만대로, 3년 안에 100만대로 증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한다.
청년인구 등 줄어 고성장 전략 수정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은 최근까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초고속 경제 성장의 신화를 써나갔다. 중국은 저렴하고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과 외국 자본을 결합해 세계의 공장으로서 군림해왔다. 이러한 중국에서 현재 중요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팍스콘의 경영 방침 변경도 이를 반영하는 사례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정부 정책과 인플레이션으로 임금이 급상승하고 있다. 또한 1980년부터 실시한 1자녀 정책의 영향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의 인구는 13억명이지만 오는 2014~2015년이면 생산 연령 인구가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30세 미만 인구는 이미 2001~2009년 동안 약 1억명이 감소, '중국은 임금이 싸고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얘기는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따라서 종전의 초고속 성장 모델이 향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달 5일 전국인민대표회의 정부공작보고(일종의 시정정책연설에 해당)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7.5%로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2005년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7%에서 8%로 상향 조정한 지 8년 만에 처음으로 7%대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8% 경제 성장률을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어왔다. 매년 약 1,00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면 중국 사회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면 최소한 8%의 경제 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따라서 이번 발표가 다소간 충격적인 측면이 있지만 중국은 이미 청년층 노동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종전처럼 신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할 필요가 없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국에 부동산 버블의 위험성이 나타나고 있어 무리해서 경제 성장률을 높게 가져갈 이유가 없다.
우리는 세계 제2위 경제대국인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에 주목해야 한다.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에 중국은 최대 수출 대상국이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이 최대 수출시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이 경제 회복을 견인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도시화ㆍ친환경 맞춤전략 수립을
현재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는 경제 침체는 아니고 단순히 경제 안정화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국의 성장 둔화를 우리는 양국 경제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종전의 한중 경제관계 모델은 시효가 지났다고 봐야 한다. 중국은 성장 속도를 다소 늦추는 대신 새로운 경제 성장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노동집약적 제조업을 업그레이드하고 환경친화적 성장, 경제의 서비스화, 도시화를 통해 내수를 견인하는 성장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우리도 앞선 정보기술(IT)을 중국의 도시화 전략에 접목하거나 바이오매스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 등에서 중국 진출을 적극 모색 중이다. 이처럼 중국의 성장 방식 전환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향후 중국에 대한 우리의 경제 협력 전략의 토대가 돼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