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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깐깐한 소비자와 착한 기업


오랫동안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IT 산업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산업이 이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생산자 중심의 경제구조는 소비자 중심의 경제구조로 점차 변화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유형 역시 보다 다양해지고 세분화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날이 갈수록 깐깐해지는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열기란 그 어느 때 보다 쉽지 않다.

언제부턴가 우리사회에 불어온 웰빙과 힐링 열풍도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을 바꿔놓는데 큰 몫을 했다. 게다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불안감에서 오는 심리적 요인은 소비자들이 제품의 원료와 성분 및 원산지까지 꼼꼼히 따져보며 구매하게끔 만들고 있다.

경기가 오랜 기간 침체될 수록 소비자들은 점점 더 제품의 가격에 민감해지고 알뜰하게 제품을 구매하려는 성향을 갖게 되고 실용적인 소비족들도 증가한다. 기업들도 이에 맞춰 자신에 맞는 제품을 고르고 원하는 만큼 담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PP(Pick&Pack) 마케팅'이나 사고자 하는 품목을 직접 체험해보고 살 수 있는 '체험 마케팅'을 실시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재료·부품 따지는 스마트 소비 늘어

최근에는 질 좋은 제품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려는 꼼꼼한 소비 행태의 하나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다소 비싸더라도 과감하게 투자하는 가치 중심 소비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각종 TV 프로그램을 통해 의식주를 비롯한 유통, 사회, 교통, 의료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나 피해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직접 인터넷이나 기타 정보 매체들을 통해서도 제품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가격을 비교해 보는 등 똑똑한 소비자들은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스마트한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은 생산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기농 제품이라고 표기돼 있지만 유기농 성분은 소량에 불과하거나, 천연제품의 이미지가 가득한 패키지의 성분표에 알 수 없는 화학첨가물 용어들이 빼곡한 경우도 많다. 제도적으로 식품완전표시제와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역시 원료를 전부 표기하지 않아도 되는 맹점이 있다. 심지어 스마트한 소비자들은 직접 자신이 소비할 제품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유명 블로거의 공동구매에 참여하며 셀프 머천다이저(구매 소비자)로서 생산자를 찾아내 직거래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기도 한다.



IT 제품도 스마트한 소비자들에게는 예외가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국가별로 출시시기를 조절하거나 가격을 달리 책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정보들을 숨길 수 없다. 소비자들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의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해외에서 직접구매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제품의 디자인이나 브랜드만을 이유로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제품의 부품에 따른 스펙(사양)을 가격과 함께 꼼꼼히 비교한 후 선택한다. 특히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유행에 민감하며 제품을 비교하고 선택하는데 있어 까다롭다는 평을 받는다. 우리나라를 테스트베드로 삼고 가장 먼저 신제품을 출시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 전세계에 출시하는 글로벌 기업이 있을 정도다.

올바른 정보 제공만이 신뢰 쌓는 길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꼼꼼하게 구매할 기회가 많아진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러한 소비문화의 변화에 따라 기업의 전략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 국가별 시장 접근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처럼 움직인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가 제품의 속까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인텔도 이를 위해 PC의 성능을 좌우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정보를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제품 전면에 로고를 부착하는 '인텔 인사이드' 라는 프로그램을 PC 제조사들과 함께 진행해 오고 있다. IT 산업 종사자로서 적게는 수십 만원, 많게는 수백 만원에 육박하는 노트북, 태블릿 등 컴퓨팅 디바이스를 구입할 때 소비자들이 제품 상세 사양을 정확히 파악해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업들은 저가의 낮은 품질의 재료로 그럴듯하게 제품을 제조해 비싼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보가 공개되는 순간 소비자와의 신뢰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제품 속에 포함된 재료들을 포함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제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장기적으로 신뢰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제 전세계는 하나의 시장이며 소비자들은 실시간으로 SNS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공유한다.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착한 기업들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오랫동안 시장에서 성공할 것임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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