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자의 눈] 현대판 조지 오웰의 '1984'
입력2007-04-30 16:40:54
수정
2007.04.30 16:40:54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시민들은 모든 행동을 감시당한다. 정부 당국에 비판적인 말을 하느냐에서부터 부부 사이에 사랑을 나누는 일까지, 곳곳에 설치된 감시 장비로 통제를 받는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 같은 내용에 숨이 막힌다. 간단한 말 한마디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이 2007년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모 아나운서의 미니홈피가 해킹당하면서 여자 친구(아나운서)와 애정 표현을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지난 29일 인터넷을 통해 유포됐다. 공인이기 전에 인격을 갖춘 개인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인권과 프라이버시가 한순간에 짓뭉개진 것이다.
타인의 홈페이지를 해킹해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퍼뜨리는 것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는 정보통신망 이용자가 사생활의 침해, 또는 명예 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통시키는 일을 막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일부 누리꾼들이 저지른 행위는 범법 행위로 그에 따른 제재를 받아야만 한다.
문제는 또 있다. 이번 사건으로 여자 아나운서만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번 일을 다룬 기사들의 댓글에는 피해자를 옹호하는 글들이 많았지만 여자 아나운서가 이제 방송은 어떻게 하겠느냐는 글들이 많았다. 반면 남자 아나운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지적이 없다. 여성이기 때문에 같은 일에 더 책임을 져야 한다거나 피해를 보는 일은 분명 없어야 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죽는다고 했다. 일부 누리꾼들이 자신의 호기심과 재미를 채우는 동안에 두 아나운서는 큰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이번 사건으로 방송일에 지장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청춘 남녀가 애정을 표현하는 일에 손가락질을 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촉망받는 두 아나운서가 앞으로 더 좋은 방송을 하는 일에 매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의 핫토픽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