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의 집권 민주당의 참패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개혁정책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현지 언론은 오바마 행정부가 프랭클린 루스벨트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처럼 큰 변화를 이루기를 열망했지만 "이제 기회를 상실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일찌감치 승리를 선언한 공화당은 건강보험 개혁, 재정지출 등을 원점으로 되돌리거나 행정부의 의도대로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천명, 백악관ㆍ의회 권력 분점에 따른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균형재정을 요구하는 공화당 중심의 의회와 '큰 정부'를 지향하는 행정부 간 대립이 격화될 경우 지난 1994년 클린턴 행정부와 의회 간 재정문제를 둘러싼 대립으로 연방정부 기능이 일시 마비되는 사태가 재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일방통행식 개혁과 경제난에 염증=집권당 74년 만에 최악의 참패로 귀결된 이번 중간선거는 건강보험 개혁 등 밀어붙이기식 개혁과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제에 대한 미 국민들의 불만이 표출된 결과라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일반적 해석이다. 정치평론가이자 조지타운대 연구교수인 폴 버갈라는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경제가 문제였다.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민주당에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기가 살아났다면 오바마 대통령의 치적으로도 평가될 수 있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8,000억달러의 경기부양이나 금융개혁 등도 체감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오바마를 공격하는 빌미로 작용했다. 정책시행의 타이밍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건강보험 개혁만 하더라도 1조달러가 투입돼야 하는데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현재와 같은 시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인 조그비인터내셔널의 존 조그비는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을 선택한 유권자들의 생각은 달랐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구체적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변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높은 기대치를 모두 담아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건강보험ㆍ재정지출 등 충돌 불가피=오바마 정권 출범 2년 만에 다시 분권정부(Divided government) 체제를 맞게 됨에 따라 현안인 경제정책을 중심으로 행정부와 공화당의 대립이 예고되고 있다. 차기 하원의장인 존 베이너 공화당 원내대표는 "오바마 대통령의 어젠다라면 무엇이든 죽이고, 멈추고, 늦추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가장 먼저 격돌할 분야는 올해 말로 시한이 종료되는 세금감면 문제. 오바마는 25만달러 이상 고소득층의 감세연장에 대해 강력 반대한 반면 공화당은 지지했다. 건강보험 문제나 재정지출 삭감 등은 감세 문제보다 훨씬 격렬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개혁의 상징인 건강보험의 경우 공화당 의원들이 내놓은 개혁 무력화 법안이 30건에 달한다. 만약 이러한 입법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게 된다. 재정지출도 공화당은 공약으로 1,000억달러 우선 삭감을 천명했다. 이밖에 기후변화 대책,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에 대해서도 양측의 대립이 예상된다. 반면 친기업 성향의 정책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규제만 하더라도 월가 금융기업들이 원하는 대로 대폭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 산업안전, 노동 관련 규제 등도 친기업적 방향에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대외정책 강온 기류 교차=이번 선거에서는 미국 내 경제문제가 주요 쟁점이었기 때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북한 문제를 포함한 대외정책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다만 한미 FTA의 경우 미국 내 일자리 문제와 연관돼 일부 지역에서 쟁점이 되기도 했다. 공화당이 의회권력을 차지하더라도 미국의 대외정책에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워싱턴 정가의 전망이다. 한반도와 연관된 북한 문제만 하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은 전임 조지 W 부시 정부에 비해서도 오히려 엄격한 원칙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대외 무역정책의 경우 이번 선거로 강온 기류가 교차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우선 공화당이 FTA에 대해 전향적인 만큼 한미 FTA를 포함, 의회에 상정되지 못한 FTA 처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과정에서 '티파티' 등 강경 보수 성향의 신진들이 대거 등장해 보호주의 정서가 한층 강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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