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은 패를 이길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 패로 인하여 백이 받는 피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25집에 해당하는 큰끝내기지만 백이 구태여 그 패를 이기지 않아도 남아도는 형세였다. 그 패를 져도 바둑은 지지 않는 입장의 이세돌. 그패를 이겨도 바둑은 이기기 어려운 입장의 최철한. 이렇게 되면 최철한은 이판사판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패를 방치한 채로 다른 끝내기를 태연히 해나가는 배짱의 노선을 택할 수밖에. 흑13이 그런 성격의 수순이었다. 패를 그냥 해소하면 참고도1의 백1 이하 5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예방하면서 중원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것이 흑13의 뜻이다. 이세돌은 백24로 순순히 막았고 큰 패는 최철한이 이기게 되었다. 백26은 얼핏 보기에 사소해 보이지만 의외로 큰 곳이다. 이것으로 중원에는 60집이 훨씬 넘는 대평원이 완성되었다. “희한한 일이다. 원래 중원에다 이 정도의 대평원을 만들자면 그 가격을 톡톡히 치러야 하는 게 바둑 아닌가. 큼직한 대마를 하나 내준다든지 말이야. 그런데 이세돌은 별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쉽게 이것을 얻어낸 인상이야.”(서봉수) 백26으로 참고도2의 백1에 지키고 싶은 것이 아마추어의 제일감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흑2 이하 12의 수단이 통렬하므로 백의 낭패가 될 것이다. 역시 실전의 백26이 최선이었다. (17…14의 왼쪽. 20,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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