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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홍콩 명품거리 '광둥다오' 돈 싸들고 오는 본토 쇼핑객들 '점령구'로

한번에 수십만위안어치 사고<br>본토서 전세기 타고와 쇼핑도<br>中 표준어 '보통화' 써야 대접<br>홍콩인들 찬밥대우 받기 일쑤

지난달 설 명절 기간의 홍콩 침사추이 광둥다오(廣東道). 이 곳은 버버리, 루이뷔통 등 유명 고급 명품점들이 즐비한 쇼핑가다. 중국 톈진에서 온 여성 관광객 한(韓)모씨는 방금 산 버버리 핸드백을 들고 루이비통 매장 문앞의 20여명이 선 줄에 합류했다. 쇼핑객이 많다 보니 명품점마다 문밖으로 긴 줄이 형성되고 경비원은 입장 인원수를 제한하느라 바쁘다.

인근 광저우에서 왔다는 중국인 여성 왕(王)씨는 광둥로의 단골 고객이지만 이제는 예년에 누렸던 친절한 상담 서비스를 누릴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의 큰 손 관광객들이 이른바 싹쓸이 명품 쇼핑을 하면서 홍콩인이나 인근 광저우시에 오는 관광객은 B급 손님 대우를 받고 있는 형국이라고 왕씨는 말했다.

중국 현지 주간지인 경제관찰보는 최근 호에서 중국 부자들의 홍콩 명품 쇼핑 관광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홍콩의 광둥로가 중국인의 '점령구'가 돼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인 여성 관광객 쉬(許)모씨는 광둥 사투리를 하는 고객보다 중국 표준어인 보통화를 쓰는 고객이 대접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들 보통화를 쓰는 부자 쇼핑객들은 한번에 수십만위안어치를 구매하는 VIP 고객이기 때문에 매장 직원들이 최상의 서비스로 대접한다고 쉬씨는 털어놨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과 홍콩인들을 차별해 물의를 일으켰던 고급 이탈리아 명품점 돌체&가바나(D&G)가 있는 곳이 바로 이곳 광둥로다. D&G는 자신의 매장 앞에서 중국 관광객의 사진 찍기는 허용하면서 홍콩인들의 사진 촬영은 금지해 홍콩 현지 주민의 원성을 샀다.

석탄 탄광으로 떼 돈을 벌어 졸부가 많기로 유명한 네이멍구 얼워더스의 한 여성 고객은 광둥로에서 명품을 주문한 뒤 전세기를 타고 홍콩으로 날아와 물건을 받아갔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상당수 홍콩인들은 광둥로를 중국인의 '점령구'로 비하하며 적지 않은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버블을 막기 위해 본토 부동산 규제에 나서자 중국인들이 대거 홍콩에 들어와 현지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집값을 올려 놓은 것도 반(反)본토인 정서를 부추기는 요인중 하나다. 홍콩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 2년간 50% 이상 올랐다.



여기다 중국인의 홍콩 원정 출산이 급증하면서 정작 홍콩인들이 출산할 산부인과 병동이 부족해지자 중국인에 대한 원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홍콩 당국은 지난해 1만명으로 제한했던 공공 병원의 중국 본토인 출산 쿼터를 올해 3,400명으로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아예 공공병원의 본토인 출산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본토인들은 홍콩에서 아기를 낳을 경우 2세가 홍콩 영주권을 부여받음으로써 향후 교육, 의료 등 복지 혜택이 주어지는 이점이 있어 원정 출산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합법적으로 원정 출산이 여의치 않을 경우, 관광객으로 가장해 홍콩에 들어온 후 병원 응급실에서 출산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같은 중국 본토인의 응급실 출산은 홍콩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인과 홍콩인의 이같은 갈등은 베이징대 모 교수의 홍콩인 비하 발언과 이에 맞선 홍콩인들의 중국인 비난 광고 발언으로 절정에 달했다. 지난달 취식이 금지된 홍콩 지하철에서 음식을 먹는 중국인 여행객과 이를 제지하던 홍콩인 사이의 말다툼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돌았고 이를 놓고 베이징대 교수가 홍콩인을 영국 식민지에 길들여진 개로 비유했다.

이러자 홍콩 인터넷 이용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중국인들이 모든 자원을 쓸어간다. 홍콩인은 충분히 참았다"라는 제목으로 홍콩을 배경으로 커다란 메뚜기 한마리가 바위산 위에 서있는 모습을 담은 신문 전면 광고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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