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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의 가치

지난 2008년 산업자원부는 지식경제부로 이름을 바꿨다. 제조업 기반 구조에서 탈피해 지식산업 강국으로 전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시대적 과제는 정부 부처 이름의 변화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경제는 제조업중심주의를 떨치지 못했다. 디자인ㆍ소프트웨어(SW) 등 무형의 자산과 제품은 손에 잡히지 않기에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나라장터에 올라온 공공기관들의 SW 제작입찰 건만 봐도 그렇다. SW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인력 수와 그에 해당하는 인건비, 전기나 종이 등 투입된 재료 비용까지 1원 단위로 계산해 제안서에 모두 명기하도록 돼 있다. '무형의 제품'인 SW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는 가격을 매기는 데 중요하지 않다는 태도다. 오직 제작을 위해 소모되는 유형의 재료로만 무형 제품의 가치를 책정하겠다는 단순셈법이다.

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주방용품 업체 A사는 최근 가전 업체 B사와 진행하던 판촉용 제품 납품협상이 막판에 틀어지고 말았다. 해당 제품과 디자인이 유사한 제품을 싸게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한 다른 업체가 수주를 했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도 '디자인이 재산'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아이디어를 통한 산업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고 제조 부문은 과감하게 아웃소싱을 해버린 애플이 세계 시가총액 1위 업체로 올라섰다. 반면 휴대폰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제조 업체 모토로라는 모바일 운영체계(OS) 업체인 구글에 인수돼버렸다.

변화의 바람 속에서 국내 산업계도 한바탕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삼성ㆍ코오롱 등이 글로벌 업체들과 벌인 소송전은 무형자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디지털ㆍ모사이드 등 미국의 주요 특허괴물들은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전체 매출의 50~60%를 거두고 있다.

이제 무형자산은 제조업의 근간을 마련하고 차별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가치다. 지식산업 강국은 무형자산을 존중하는 문화에서부터 시작된다.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시대는 한참 전에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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