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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국가 흥망 물에 달려있다

■ 물의 세계사(스티븐 솔로몬 지음, 민음사 펴냄)<br>운하 건설로 황금기 연 한제국<br>미국의 성공적 수자원 개발 등<br>인류문명 물의 관점서 재조명

중국의 항저우와 베이징을 연결하는 대운하의 쑤저우 지류로 지금도 각종 자원과 농수산물 수송을 위한 중요한 교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자신이 설정한 잣대로 세계사를 분석하곤 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세계사를 향해 들이 댄 잣대는 바로 물이다. 왜 로마는 제국 통합에 실패했는데 중국은 성공했을까? 중세시대 가장 강력한 국가였던 중국이 다음 단계로 진보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 책은 인류 문명이 발전해 온 궤적을 물의 관점에서 추적했다. 고대 문명의 발흥과 몰락에서부터 로마제국의 수도 시스템, 중국의 대운하를 거쳐 근대의 대양항해와 증기기관 개발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인류사의 모든 전환점에 바로 물이 있었다는 것을 들춰 낸다.

19세기 영국의 세계 제패 뒤에는 공공위생 혁명이 있었고, 20세기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 후버 댐과 파나마 운하가 있었다는 식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역사의 조종자이자 '문명의 생존방정식'인 물의 입장에서 바라본 새로운 세계사의 정리 방식이다.

책은 "인더스 강 유역, 황허 강 유역 등에서 대규모 관개농업이 발달해 문명이 시작된 이래, 물은 인류의 문명을 결정지은 절대적인 자원으로 자리매김해 왔다"며"2500년 전 중국에서 처음 개발된 운하는 수에즈 운하에서 남프랑스 운하, 파나마 운하, 미국의 이리 운하에 이르기까지 몇 세기 동안 세계 각지에 건설돼 인간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한제국과 로마제국의 대칭성도 물을 통해 거론 한다. 두 제국의 권력, 부, 영향력이 최대였던 시기가 서로 일치하며 지리적 크기도 비슷하고 같은 시대에 유라시아 양쪽 끝에서 번영한 데다가 북쪽 야만족의 침입으로 쇠퇴했다는 점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로마제국은 통합에 실패했고 중국은 성공했을까? 저자는 "바로 중국이 대운하를 건설했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라고 주장한다.



대운하는 중국의 남북을 연결함으로써 자연자원 및 인적자원을 통합했고, 이 덕분에 화려한 중세 황금기를 열었고 이에 비해 로마제국에는 통합을 이끌어 낼 수로가 없었다는 논리다.

20세기에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게 된 과정도 물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미국인들은 건조한 서부 프런티어를 관개농업과 광산업 그리고 수력 발전의 보고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지구상의 어떤 사회보다 더 광범위하고 집중적인 방법을 동원해 수자원을 개발했다. 미국의 성공적인 물 통제 사례를 보여 주는 후버 댐은 20세기에 전 세계에 세워졌던 거대한 다목적 댐들의 기술적 원형이 되었다. 그 댐들은 농업 분야의 녹색 혁명과 전 지구적 산업화가 가져온 이례적인 번영을 촉진했다.

저자는 "지난 20세기가 석유 자원을 둘러싼 갈등의 역사였다면, 21세기는 물에 대한 투쟁이 세계질서와 문명의 운명을 결정짓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가까운 장래에 물을 소유한 계급과 물을 소유하지 못한 계급 간에 폭발적인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4대강 사업 재평가 등 물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이때, 물 문제를 역사적인 시각에서 조명한 이 책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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