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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면서 남북관계는 마치 금방이라도 깨질 듯한 살얼음판 위에 오른 형국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기간에 한편으로는 조문을 보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핵 실험을 감행해 마치 남측의 정서적 혼란까지 노리는 양상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개성공단 남측 당국자 추방으로 시작된 북한의 도발이 금강산 관광객 피살→개성공단 통행 중단→장거리 로켓 발사→핵실험 등으로 이어지며 마치 잘 짜인 시나리오처럼 진행되고 있다며 북한의 대남 도발 위협이 조문정국 이후 실제로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북한 도발 현실화 가능성은=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그동안 경고 위협을 벌였던 사안에 대해 대체로 실제 행동에 옮겼다는 전력을 들어 무력충돌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과거 20여년간 북한의 대남 위협과 실제 도발 사례를 돌이켜보면 북한은 자신들의 경고를 거의 실행에 옮겼다”면서 “이번에도 실력행사를 공언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북한이 2차 핵실험에 이어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28일 오전7시15분부로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을 3단계에서 2단계로 한 등급 격상했다. 워치콘 2단계 상향 조정은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2006년 10월15일 이후 2년7개월 만으로 이 같은 대북 감시태세 강화는 북한의 대남 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한미 군 당국의 판단을 반영한 조치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현재 북한군의 도발 임박 징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비무장지대(DMZ)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에서의 도발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북한의 NLL 도발 위협과 정전협정 파기는 상투적인 경고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무효화한 시도는 지난 15년간 다섯 차례나 있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핵실험 이후 우리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0 전면가입 선언에 대한 반발 차원의 구두(口頭) 위협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먹구름 짙어지는 남북관계=이명박 정부 이후 짙은 안개에 휩싸인 남북관계는 북한의 핵 실험으로 위기 정점을 맞았다. 마치 짙은 안개 속에서 벼랑 끝에 내몰린 형국이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의 PSI 전면참여 선언에 북한이 신경질적으로 반발하면서 그나마 개성공단 특혜 재조정 이슈를 계기로 가까스로 열렸던 남북 대화창구마저 닫힐 위험에 처했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의심 선박을 차단하기 위해 PSI 국제훈련을 한반도 주변에서 할 경우 남북 간 충돌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북한은 3월 ‘키 리졸브’ 한미 합동군사훈련 때 육로통행 차단과 민항기 안전 위협 등으로 대응했다.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인 가운데 한반도 주변 수역에서 PSI 훈련이 진행될 경우 북한이 그 기간에 맞불성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어보인다. 더구나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질 경우 존폐 위기에 몰린 개성공단은 물론 북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문제 해결은 더욱 불투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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