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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배종헌·박진아·양아치씨 '3파전'

매년 여름 이 맘 때 서울 도산공원 앞 에르메스아뜰리에는 실험성 강한 전시의 한 판 ‘굿’이 벌어진다.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의 최종 후보 3인전이 바로 그 굿판이다. 10회를 맞은 올해는 배종헌, 박진아, 양아치가 후보로 선정돼 23일부터 신작을 선보인다. 전시는 9월19일까지 이어지며 오는 9월2일 3명 가운데 최종 수상자가 결정된다. 현대미술가 배종헌(42)은 이어붙인 라면봉지 뒷면에 19세기 영국작가 윌리엄 터너의 ‘노예선’을 옮겨 그렸다. 근경과 원경이 나뉜 4장의 그림은 전동장치에 의해 파도 치듯 넘실댄다. 그 옆에는 같은 방식으로 낭만주의 화가 프리드리히의 ‘방랑자의 산’을 과자 박스에 그렸다. 작가는 “자연의 힘을 보여주는 거친 바다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바라본 산을 통해 인간의 상반된 태도를 비교했다”고 말했다. 일상적 단편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림으로 재구성하는 박진아(36)는 “나에게 익숙하지만 늘 낯선 공간인 미술관에서 작품을 설치하는 장면을 소재로 했다”고 소개했다. 퐁피두 센터에 전시중인 장면, 2008년 광주비엔날레의 설치 장면 등 다양하다. 촬영된 사진을 기반으로 하지만 구도나 배치를 변화시키고 추상으로 바꿔버리기도 한다. 미디어 아티스트 양아치(41)는 ‘비둘기를 잡았다’. 비둘기가 된 현숙이라는 인물이 부암동에서 도산공원 근처의 에르메스를 오가는 도중 만난 6명의 인물과 빙의를 경험하는 과정이 영상작품으로 전시중이다. 유리 상자 안에 모니터가 있고 주변 곳곳에 비둘기 박제들도 널려 있다. 감시와 통제를 화두로 ‘CCTV’ 작업도 선보이는 작가는 “비둘기와 CCTV는 무수히 많지만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하고 가까이 다가오면 싫어하는 존재라는 게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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