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시중 단기금리 상승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유동성 경색이 우려되자 긴급처방에 나섰다. 신용확대와 물가상승 조짐에 공개시장 조작을 중단한 지 2주 만에 은행들에 단기 유동성을 공급한 것이다.
20일 중국 경제일보 등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전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계정을 통해 예정에 없이 단기유동성조작(SLO)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필요하다면 SLO를 통해 유동성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이며 시중 신용경색 우려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SLO는 지난 1월 인민은행이 도입한 단기시장관리방안으로 10월 말 처음 시행됐다. 중국판 단기 양적완화(QE)조치로도 불리는 SLO는 주요 12개 은행을 대상으로 단기 환매조건부채권(RP)을 사들이거나 팔아 시중 유동성을 조절한다.
정례적인 공개시장조작(OMO)이 7~28일 만기의 RP를 대상으로 한다면 SLO는 7일 미만의 RP가 주 대상으로 초단기시장 유동성 조절에 사용된다. SLO는 규정상 시행 한 달 뒤 결과를 발표하도록 하고 있어 이미 11월 하순께 SLO 자금이 공급됐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가파르게 오르는 시중금리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전일 시행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금융권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인민은행은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중국 언론들은 10월 SLO의 4배 가까인 2,000억위안이 공급됐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민은행이 SLO를 시행한 것은 시중 단기금리가 연말 자금수요와 맞물리며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간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7일물 RP금리는 18일 6.3%에서 전일 7.10%로 치솟았다. 또 다른 단기금리 지표인 시보(SHIBOR·상하이 은행 간 금리) 7일물의 경우 2일 4.571%에서 이날 장중 7.654%로 뛰어올랐고 30일물도 6.263%에서 7.530%로 급등했다.
금리급등에 놀란 인민은행은 단기자금 파동이 발생했던 6월 이후 처음으로 전일 은행 간 자금거래시간을 30분 연장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분기 말 연말 자금수요가 몰리며 중소은행들이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며 "6월 말 나타났던 단기자금 대란 조짐이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민은행의 자금공급으로 이날 7일물 RP금리는 전일 7.10%에서 6.67%로 하락세를 보였다.
최근 무역 흑자규모 확대와 단기투기자금(핫머니) 유입이 증가했지만 연말 자금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더욱이 인민은행이 물가를 고려해 공개시장조작을 중단하자 자금경색에 대한 시중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유동성 공급 의지를 밝힌 만큼 6월과 같은 단기자금난을 겪지는 않겠지만 연말 자금난에 대한 걱정은 여전하다. 주하오 ANZ 애널리스트는 "인민은행의 의지가 시장의 불안감을 일부 해소시킬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 압박과 성장률 하락에 따라 통화정책은 긴축으로 갈 수밖에 없는 만큼 시중 자금난은 주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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