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는 이날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CCC에서 C로 두 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는 그리스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여전히 어둡다는 뜻이다. 피치는 “그리스가 민간 채권단의 국채교환이 시작되면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로 추가 강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스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위기국가로 거론되는 포르투갈과 헝가리에 드리운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우선 포르투갈의 디폴트 가능성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포르투갈 내부에서 지난해 지급받은 구제금융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포르투갈이 ‘제2의 그리스’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중도좌파인 사회당의 안토니오 세구로 당수는 최근 포르투갈을 방문 중인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 실사단과 만난 자리에서 “재정긴축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최소 일년이 더 필요하다”며 구제금융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포르투갈이 추가 자금 지원과 긴축 목표를 맞추기 위한 시간을 보장받지 못할 경우 5년 내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71%에 달하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포르투갈의 경제성장률은 -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지난 해 12월 실업률이 13.6%로 높아지는 등 경제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헝가리 역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긴축이 불성실하다”는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 집행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헝가리가 정부 부채를 줄이기 위한 적절한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2013년 헝가리에 지급할 예정이었던 일명‘화합기금’을 동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화합기금은 EU 27개국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매년 지급되는 돈으로 헝가리는 내년 4억9,500만유로를 수령할 예정이었다. 올리 렌 EU 경제ㆍ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헝가리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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