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중소 건설업체들이 주로 참여하던 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 대기업들이 속속 뛰어들면서 지방 중소업체는 밥을 굶게 생겼습니다.” 사업 다각화를 노리는 중견ㆍ대기업들이 SOC사업에 눈을 돌리면서 지방 중소업체들이 애꿎게 유탄을 맞고 있다. 참여정부 이후 SOC 예산이 감소해 파이는 한정된 반면 시장 참여자 증가로 ‘최저낙찰가와 SOC 민자화’는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 됐다. 하지만 자금력이 열악한 지방 중소 건설업체들에는 최저낙찰가와 민자화 SOC사업 모두 말 그대로 ‘그림의 떡’, ◇무엇이 문제인가(?)=국토해양부 건설 부문 예산안에 따르면 참여정부 5년간 도로ㆍ철도ㆍ항만 등 SOC 분야에 투입된 예산액이 지난 2003년 11조7,548억원에서 2006년 10조8,424억원으로 감소했다. 줄어든 예산만큼 SOC 부문에서도 본격적인 ‘거품 빼기’가 진행되면서 지방 관급공사에서 도입된 제도 중 하나가 바로 최저낙찰가제다. 지방의 한 중소 건설업체 사장은 “과거 입찰 금액의 60% 정도를 써내야 낙찰받을 수 있는 게 현 최저낙찰가 방식”이라며 “업체 간 출혈경쟁이 불가피해 마진은커녕 원가 수준도 보장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SOC 재정이 감소하면서 재정으로 충당되지 못하는 SOC사업은 민자 형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BTL(Build-Transfer-Lease) 방식이 2004년부터 본격 도입되면서 지방 중소 건설업체의 몰락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지방의 학교나 하수도 공사 등 과거 지방 중소업체가 주로 수주를 담당하던 영역에 BTL 방식이 도입되면서 지방 중견ㆍ중소업체의 참여가 제약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최저낙찰제도, 대안은 없는가(?)=건설업계에서는 현행 최저낙찰가제도가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줄일 수는 있지만 최선의 대안은 아니다”라는 공통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왕세종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SOC를 통해 경제활성화를 노리는 새 정부에서도 최저낙찰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최저낙찰가는 공사의 품질보다 단순히 가격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 SOC사업의 품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최저낙찰가제도의 대안으로 ‘최고가치낙찰제(best value)’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의 최저낙찰가제도가 일정한 사양을 주고 이에 따라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라면 최고가치낙찰제도는 생애주기비용(life cycle cost)을 감안해 에너지ㆍ운전비용 및 수리비용 등 각 부문의 품질경쟁을 유도해 최고 가치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분별한 SOC 민자화는 지양해야=안홍기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SOC 과잉투자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는 크게 뒤처진 편”이라며 “경제성장률 수준에 부응하는 선에서 SOC 투자가 지속돼야 하며 부족한 재정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SOC사업 민자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익성이 없는 프로젝트에서도 민자를 남용해 자금회전 압박이나 공기 지연 등 갖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고 결국에는 국가 채무로 전가되고 있다”며 “수익성이 있는 프로젝트에만 선별적으로 민자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 중소 건설업체를 위해 일정 규모 이하의 공사에서는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왕 연구위원은 “BTL같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소수 규모의 공사는 재정으로 집행해 지방 중소업체의 참여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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