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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기료 찔금 인상은 해법 아니다

전기요금이 또 오를 모양이다. 지난해 8월과 12월 각각 4.9%와 4.5% 올린 데 이어 1년 만에 세번째 인상이다. 경기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과 영세기업들에는 또 하나의 주름살이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한국전력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잦은 인상에 대한 여론의 반발과 물가상승 부담 때문에 인상폭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요금인상의 당위성과 타당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전력수급 사정은 올 여름에도 빠듯하다. 강력한 수요억제대책 없이는 전력 보릿고개를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렴한 전기요금이 전력 과소비를 부추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대표적인 전력 과소비 국가이면서도 전기요금은 가장 싼 편에 속한다. 우리 국민총생산(GDP) 대비 전력 소비량은 미국의 2배, 일본의 3배에 이르지만 전기요금은 미국의 70%, 일본의 50% 수준에 그친다.

전기요금을 올릴 때는 기대한 효과가 반드시 나타나야 한다. 찔끔찔끔 올렸다가 내성만 생겨서는 최악이다. 지난해 두차례 전기요금 인상이 그랬다. 잠깐 소비가 줄었다가 한달 뒤 다시 늘어났다. 물가부담을 줄이면서 전력수요를 억제하려다 보니 이도 저도 안 된 것이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가격은 생산원가를 반영해야 한다. 그래서 지난해 정부는 3개월 단위로 연료비 변동내용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연료비연동제를 시행하려다가 물가압력 때문에 보류한 바 있다.



전기요금을 언제까지나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전의 적자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기름값 등 원가가 오르면 요금이 오르고 소비자들이 수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전력 과소비를 줄일 수 있다.

전기요금 현실화를 의미하는 연료비연동제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한전의 강력한 구조조정과 발전 자회사의 경쟁체제 강화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한전의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해마다 상승해 지난 2009년 6,460만원에서 2011년 7,353만원으로 무려 14%나 상승했다. 민간기업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거의 10년간 한전 자회사로 운영돼온 6개 발전 자회사 간 실질적 경쟁이 촉발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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