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상장회사 A사의 대표이사인 갑(甲)은 회사 지분의 일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주가가 일정 수준에 못 미치면 대주가 담보로 취득한 주식을 매매해 대출 원리금을 충당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그런데 경기불황으로 A사 주가가 하락하자 갑은 친구인 을(乙)에게 'A사 약속어음을 제공할 테니 이를 담보로 20억원을 마련한 뒤 A사 주식을 매입해 2개월만 보유하면 주식 매각 후 이익금의 50%를 보장하겠다'고 제의했다. 을은 갑의 제의에 동의하고 2~3일 동안 20억원 상당의 A사 주식 장내에서 매집해 이를 2개월간 보유했다. 을이 주식을 매입하자 A사 주가는 하락국면에서 반등했다. 갑과 을의 행위에는 어떠한 법적 책임이 따를까.
A. 자금이 부족한 대주주는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기도 한다. 이때 상대방에게 원리금을 보장해 주기 위해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해당 주식을 장내에서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반대매매' 약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후 주가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면 대주주는 자신의 주식이 반대매매를 당해 회사의 지배권을 잃어버리는 등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감수해야 하므로 이를 회피하기 위한 강한 유혹에 빠지게 된다.
갑의 사례는 '원리금 보장약정에 따른 주식매수'의 법적 책임에 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약속어음 제공행위와 관련해 형법(제355조 제2항)에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배임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갑은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상법상 선관주의의무(법제382조 제2항)와 충실의무(법제382조의 3)을 부담하고 있으므로 개인적인 목적으로 회사의 어음을 발행해 이를 사용한 행위는 배임죄에 해당한다.
투자원리금 보장약정에 따른 주식매수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해당 거래가 반대매매를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식가격을 일정금액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때 일반투자자의 매매를 유인할 목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면 시세조종(법제176조 제2항)에 해당하고, 단순히 반대매매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도 시세의 변동을 도모할 목적이 인정되면 부정거래행위(법제178조 제2항)로 처벌받을 수 있다.
법원은 위 사례에서 갑과 을이 A사 주식의 매매 기타 거래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했다고 판시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1고합268). 투자원리금 보장약정에 따라 대여금 회수가 보장된 상태에서 을의 대규모 주식매수는 일반투자자로 하여금 정상적인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오인하게 해 마치 주식 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잘못 알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youchull@gmail.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