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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무역 2조달러 신통상 패러다임 열자


미국ㆍ유럽연합(EU) 등 전통적인 시장의 침체, 중국의 경제 성장 조정 등으로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세계 경제는 2% 이내 성장이 예상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무역과 통상의 중요성은 더 크다.

동남아·중남미 등 신흥시장 비중 확대

지난 15년간 통상교섭본부 체제하에서 미국ㆍEUㆍ아세안 등 우리의 주요 통상 파트너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경제영토를 넓히고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여는 데 기여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외교와 정무적인 시각에서 협상이 진행돼 FTA 체결 과정에서 다양하고 광범위한 국내 경제 주체에 미치는 영향과 이해관계 반영이 미흡했던 점도 사실이다.

새로운 통상 질서와 환경은 새로운 시각과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신보호무역주의의 부활과 블록형 무역 환경 대두를 주요 특징으로 하는 현 글로벌 통상 질서에서 동남아ㆍ중남미ㆍ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의 중요성이 과거에 비해 비중이 훨씬 더 커지고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 관세 인하, 최혜국 대우(MFN), 내국민 대우(NT)와 같이 FTA와 다자간 협상을 통한 시장 접근을 위해 외교통상부가 담당해온 통상 기능의 효용 한계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보다 경제 발전 단계가 낮은 국가가 FTA를 체결해 자국 시장을 내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하다. 대신 자원 부국이나 신흥국은 우리와 특별한 협력 관계를 형성하면서 자국의 플랜트와 인프라 건설, 산업 발전 등을 통해 한국처럼 잘사는 나라가 되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상대국의 경제 발전과 산업 발전에 대한 이해ㆍ협력을 바탕으로 자원 개발과 플랜트, 산업단지 조성과 기술ㆍ인력의 해외 진출 등 다양한 방식의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 협력은 기존 시장에의 접근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의 창출을 의미하며 그 노력은 제한된 국경(border measure)을 넘어서는 새로운 통상 지도와 전략을 요구한다.

애플과 삼성의 특허 분쟁은 통상 문제의 성격도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과거 관세ㆍ통관 등 전통적 이슈보다 기술ㆍ특허ㆍ표준ㆍ환경 등 산업과 직결된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또 도하개발어젠다(DDA) 교착의 장기화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녹색성장 등 새로운 통상 현안은 전통적 세계무역기구(WTO) 무역 규범과 환경 협약과의 관계조차 명확히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확립된 틀에서 교섭을 하는 데 역점을 둔 현행 체계보다 산업과 통상을 함께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통상교섭 등 통상 기능을 15년 만에 외교 담당 부처에서 경제 부처로 이전하는 이번 새 정부의 조직 개편안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통상을 대외 경제 협상에서 경제 이슈로 이해하고 대처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다. 실물경제 주무부처가 국내 산업 보호와 해외시장 개척 추진으로 발생되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통상질서 능동 대처로 경쟁력 높여야

무역 2조달러 시대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통상 기능이 통상교섭을 포함해 다양한 통상 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이를 통해 산업과 경제의 경쟁력 강화와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등으로 연결하는 선순환적인 사이클이 필요하다.

다만 FTA와 통상협정은 서비스ㆍ문화ㆍ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경제 주체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경우에 따라 국내외적으로 정교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

경제부총리 제도의 부활은 신통상과 대외 경제 환경 변화 속에서 통상협정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긴 안목으로 바라보고 국내 경제 및 사회 주체 간 이해를 조정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시의적절하다.

정부조직 개편 방향에 따른 통상 기능 조정과 시스템의 조기 정착으로 급변하는 통상 질서와 대외 경제 환경 속에 우리의 경제적 이해를 지키고 산업과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신통상 패러다임을 여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김용덕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ㆍ한국국제경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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