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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이준규 외교안보연구원장

"한미FTA, 외교·안보적 유대 강화하는 효과도 클 것"



ISD 주권침해 주장 너무 심해 오히려 국내투자자 보호수단 中·日과도 FTA 추진 바람직
한국외교 최대과제는 北문제 대북정책 확고한 원칙 견지하되 인도적 문제선 유연성 발휘해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기본적으로는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양국의 외교ㆍ안보적 유대를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갖게 될 것입니다." 한국 외교의 이론적 뿌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세계 115개 지역(올 9월 기준 재외공관 수)에서 한국을 대표하게 될 외교관을 길러내는 외교안보연구원을 지난해 8월부터 이끌고 있는 이준규 외교안보연구원장. 그는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공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 수차례 아쉬움을 표시하며 한미 FTA의 효용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이 원장은 "한미 FTA를 통해 경제뿐만 아니라 양국 관계 전반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일반적으로 국가 간의 FTA는 무역에서의 관세를 없애는 등 주로 경제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그는 최근의 FTA가 경제 분야뿐 아니라 이를 통해 협정 당사국의 관계가 비약적으로 발전되는 경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한미 FTA는 경제 재도약의 계기가 되는 것을 넘어 경제관계 심화를 통한 양국 전반의 이해도를 높이는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이 이 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전통적인 동맹국인 미국과의 FTA는 대한민국에 대한 미국의 이해를 더욱 깊게 해주고 결과적으로 한미 양국 간의 외교ㆍ안보적 유대를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FTA의 효용성을 설명하기 위해 최근 일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결정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일본이 TPP 가입을 결정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 유럽연합(EU)ㆍ미국과 발 빠르게 FTA 협정을 체결한 데 따른 조바심이나 경쟁심리"라며 "FTA를 될 수 있으면 많은 나라와 체결하는 게 좋다는 방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여건을 조성 중인 한중 FTA나 한일 FTA에 대해서도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는 통상으로 먹고사는 나라이며 개방으로 나가지 않고서는 살기 어렵다"며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과도 FTA를 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큰 방향성에는 이론을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외교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EUㆍ미국 등 거대 경제권과의 FTA를 동시에 성사시킨 것"을 꼽기도 했다. 민주당 등 야권이 '사법 침해, 주권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서는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최근의 투자협정에서 ISD가 선진국ㆍ후진국을 막론하고 표준제도처럼 인식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두고 경제식민지화, 주권 침해 등을 운운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견강부회도 너무 심한 수준"이라고 이 원장은 비판했다. 그는 "야당에서 ISD를 가지고 자꾸 물고 늘어지는 것은 포인트를 잘못 잡은 것"이라며 "선진국의 기업들이 안심하고 후진국에 투자하고 후진국은 또 선진국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ISD는 상호가 만족할 수 있는 제도로 발전돼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해외투자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ISD는 오히려 국내 투자자를 보호할 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나라가 쿠데타 같은 비상상황에서나 있을 수 있는 초법적인 국유화 등의 조치를 취할 (그래서 ISD에 의해 제소될) 가능성이 있겠습니까. 오히려 우리의 해외투자가 매우 큰 규모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투자를 보호하는 측면에 대한 고려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이 원장은 올해로 외교관생활 33년째를 맞았다. 한국 현대외교사의 산전수전을 겪으며 오늘날에 이른 이 원장. 그에게 대한민국 외교의 가장 큰 과제를 물었다. 역시 '북한 문제 해결'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북한을 어떻게 비핵화시키고 더 나아가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것에 대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가가 한국 외교의 가장 큰 짐"이라며 "북핵은 북한 문제를 다루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핵 문제를 다루기 위한 6자회담이 2008년 이후 장기간 열리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사전조율 없이 모이는 6자회담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그런 측면에서 최근의 남북ㆍ북미 등 양자 대화를 '6자회담의 프로세스'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비공식적인 양자 회담을 통해 공동 인식이 형성되면 6자회담은 형식적인 마무리를 하는 자리일 뿐"이라며 "(현재 양자 협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6자회담이 이미 재개됐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의 진전한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정부가 대북 유화책을 썼을 때도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는 등 성의 있는 자세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돼 보이는 것도 천안함ㆍ연평도 사태 등 북측의 도발에 기인하고 있죠.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ㆍ개방으로 나오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 역시 대북정책에 대한 확고한 원칙 견지와 함께 "인도적 문제 등에 있어서는 다소의 유연성을 가지고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고 이 원장은 지적했다. 북한 문제와 함께 우리나라 외교가 풀어야 할 과제로 '국제사회에 대한 공헌'을 꼽았다.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빈약한 공적개발원조(ODA)를 더욱 늘리는 등 국제사회에서 지도국가의 일원으로 인정받도록 그에 합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이 원장은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존중받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책임을 지거나 때로는 희생을 감수해야 할 필요도 있다"며 "당장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이라도 국제사회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나라가 기꺼이 참여하는 데 국민들의 인식 공유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에게 이명박 정부 외교의 성과를 물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한민국을 글로벌 거버넌스의 일원이 되도록 한 점은 주목할 만한 외교적 성과"라고 답했다. 어찌 보면 국민들이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G20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치열한 외교전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자격으로만 보면 우리나라 못지않게 G20의 일원이 될 만하지만 회원이 되지 못한 나라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쟁을 뚫고 우리 나라가 글로벌 리더십의 일원이 됐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큰 외교적 성과로 평가돼야 합니다."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이달 말 부산에서 개최되는 '세계개발원조총회'와 내년 3월 열리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도 확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원조를 받는 국가(수원국)에서 원조를 하는 국가(공여국)으로 전환된 유일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세계개발원조총회가 개최되는 것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개발도상국은 전쟁과 빈곤을 극복하고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달성해낸 한국에서 미래의 희망을 보고 있다"며 "우리는 공여국과 수원국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2 핵안보정상회의 개최'에 대해서도 그는 "안보 분야에서도 국제사회 내에서 우리의 위상과 국격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가 경제뿐 아니라 안보ㆍ정치 분야에서도 글로벌 거버넌스 정립 과정에 적극 참여하게 됐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일본과 중국의 재외공관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동북아 지역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런 그에게 9월 출범한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는 3국 협력사무국 출범을 "동국아 지역의 유구한 역사에서 매우 획기적인 사건"으로 규정했다. 지난 수천년의 역사 동안 3국이 공동으로 협력의 돛을 올린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한중일 3국이 수천년 동안 이웃나라로 살아왔지만 역사적으로 3국 간 '협력을 해보자'라는 분위기가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과거 협력은 두 나라가 동맹을 해 다른 한 나라와 싸우는 식이었던 거죠. 특히 사무국의 초대 사무총장(신봉길 사무총장)을 우리나라에서 배출하는 등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이 같은 협력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3국 사이에는 번번이 과거사 문제가 걸리는 게 사실이다. 이 같은 역사ㆍ영토 문제에 대해 그는 "추호의 양보도 없이 원칙을 견지해나간다는 확고한 자세가 필요하다"면서도 "대응이 감정에 지나치게 치우치거나 과도해져 상호 협력 분위기 자체를 망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외교안보연구원, 내년 3월 국립외교원으로 확대 개편
"이론보다는 지적 능력·경험 갖춘 인재 뽑을 것"
수료후 외교관 임용안되더라도 기업·지자체등이 찾는 인재로
기존 연구원은 연구소로 연구 본연의 기능 강화
내년에 외교안보연구원이 국립외교원(외교아카데미)으로 확대 개편되면 공개채용으로 외교관을 선발하는 외무고시제도는 없어진다. 국립외교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설될 외교아카데미는 내년 3월 현행 외교안보연구원을 확대 개편해 출범시키고 오는 2013년 말 첫 입교생을 받을 계획이다. 그동안 국립외교원 신설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던 이준규 외교안보연구원장은 "(외교원을 통해) 고시촌 또는 골방에 파묻혀 이론 공부만 주로 열심히 한 사람이 아닌, 다양한 지적능력과 경험을 갖춘 전인격적 인재를 (외교관으로) 뽑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전형 방식에 대해서는 "필기시험에서는 종합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학제간 에세이를 도입하며 면접시험의 비중을 대폭 늘리고 면접의 내용도 다양화하게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외교원은 재작년부터 외교통상부와 행정안전부가 공동으로 설립을 추진해온 사안이다. 국립외교원법이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상태로 재작년부터 추진한 것에 비하면 다소 더딘 걸음이다. 법안을 만드는 과정이 길었기에 실무자 입장에서는 원래 시간표대로 가고 있다는 게 내부의 중론이라고 전해진다. 외교원이 출범하면 기존 외무고시는 2014년부터 폐지되고 외교원생 가운데 연 50명 안팎을 정부가 외교관으로 임용하게 된다. 외무고시 출신으로서 이 원장은 고시가 사라지는 게 아쉽지는 않았을까. "저도 고시 출신이지만 고시 못지않게 우수한 외교관을 뽑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들면 된다고 봅니다. 외교통상부가 선구자가 돼서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보자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죠. 국립외교원이 성공해야 다른 공무원들도 고시 아닌 다른 방법으로 뽑는 방안을 강구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현 사법연수원 체제에서 연수원생 모두가 판ㆍ검사가 되는 게 아니듯 외교원을 수료했다고 해서 모두 외교관으로 임용되지는 않는다. 탈락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 원장은 외교원에서 배출될 수료생들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탈락자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게 했다"며 "외교원을 수료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훌륭한 인재"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외교부에 가서 일할 수 있는 인재가 대부분이지만 가지 못하는 사람도 국제관계와 관련 있는 다른 분야에서 서로 데려가 쓰려고 하는 인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제관계를 열심히 하는 서울ㆍ경기ㆍ부산ㆍ제주 등 지방자치단체와 주요 대기업을 제외하면 국제관계 업무를 능숙하고 매너 있게 다루는 사람을 두고 있는 곳이 없어요. 국제관계 분야에 인재가 많이 필요합니다. 외려 수료생이 외교부에 안 가고 다른 데 갈까 하는 걱정을 동시에 합니다. 선발의 우선권은 외교부가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외교안보연구원이 외교원으로 확대 개편되면 기존 연구기능은 어떻게 될까. 일단 연구원의 기존 기능도 강화하겠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큰 지붕은 외교원이 되고 기존 외교안보연구원은 그 안에 연구소로 자리합니다. 기본적으로 외교관 교육을 위해 (방향을) 전환시키지만 연구 파트도 중요합니다. 강화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외교원은 현 외교안보연구원 자리에 그대로 세워질 예정이다. "20년 전 연구원 건물을 지을 때부터 외교아카데미를 염두에 둬서 여유공간이 많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연구원 측은 장기적으로는 남은 공간에 소규모의 첨단건물을 신축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약력 ▦1954년 충남 공주 ▦1972년 경기고 졸업 ▦1976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78 서울대 대학원 국제법 석사 ▦1978년 외무고시 합격(12회) ▦1993년 외교통상부 통상1과 과장 ▦1996년 주일본 대사관 참사관 ▦2000년 주중국 대사관 총영사 ▦2004년 재외국민영사국장 ▦2006년 주뉴질랜드 대사관 대사 ▦2009년 재외동포영사 대사 ▦2010년 8월~ 외교안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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