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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루블화 방어 포기

지난달 290억弗 매도도 역부족

"하루 최대 3억5,000만弗만 투입"

중앙銀, 사실상 변동환율제 실시


러시아가 경제제재와 유가하락으로 추락을 거듭하는 루블화 방어를 사실상 포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러시아 중앙은행이 사실상 변동환율제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러시아 중앙은행은 "외환시장에 하루 최대 3억5,000만달러만 투입하고 나머지는 시장요인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되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당초 내년부터 실시하기로 했던 완전변동환율제 이행에 한발 더 다가서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러시아 외환당국은 일일변동폭 이상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면 자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변동고정환율제'를 채택해왔다. 그러나 올 들어 루블화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경제제재가 러시아 경제를 차츰 옥죄어오는데다 러시아의 수입원인 유가도 급락하면서 자유낙하 수준의 급락세를 보였다. 이에 러시아 외환당국은 루블화 가치 방어를 위해 보유외환을 헐어 외환시장에 달러를 쏟아 부었다. FT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달 동안에 당국이 매도한 달러만도 290억달러에 달한다. 게다가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기존 8%에서 9.5%로 1.5%포인트 끌어올리는 등 외화유출을 막기 위한 수단을 총동원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미국 달러에 대비 루블화 환율은 10월 한달간 8.6%, 이달 들어 추가로 2.1% 하락했다. 올 들어서는 이달 5일까지 36% 나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매번 갈아치우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 재벌(올리가르히)와 일반국민들이 이자 부담을 키우는 금리인상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당국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방어 포기의 승부수를 띄운 것은 오히려 가격제한폭을 없앨 경우 중장기적으로 환율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효과도 없는 환율방어를 위해 얼마 남지 않은 보유외환을 계속 쏟아붓는 것도 큰 부담이다. FT는 "러시아 당국의 환율방어 정책은 오히려 투기꾼이 이용하기 좋은 먹잇감이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전격적인 외환정책 변화가 효과를 낼지에 의문을 품고 있다. 러시아는 1999년 외환위기로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까지 몰렸던 트라우마가 있어 환율급락을 정부가 무조건 용인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팀 애시 이코노미스트는 FT에 "시장은 러시아 당국의 의지를 시험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의 환율방어 포기 선언이 나오자 루블화는 5일 추가로 달러화 대비 2.66%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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