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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중복결혼 취소청구권 헌법에 위반 안된다"

A씨는 1945년 B씨와 결혼해 1남 3녀를 뒀다. A씨는 그러나 1962년 자신의 생년월일 등 인적사항을 변경해 새로 호적신고를 한 뒤 C씨와 다시 혼인신고를 했다. C씨와의 사이에서도 7명의 자식을 두면서 47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하던 A씨는 2008년 사망했다. 문제는 그의 사후에 불거졌다. B씨가 서울가정법원에 A씨와 C씨의 혼인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1·2심은 “전혼이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는 상태에서 A씨와 C씨의 혼인은 허위 호적을 기초로 성립된 후혼이며 중혼에 해당하므로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C씨는 상고심이 진행되는 도중 중혼을 혼인취소사유로 둔 민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2011년 10월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C씨는 “중혼을 혼인 취소사유로 규정하면서 취소청구권의 소멸사유나 제척기간을 두지 않아 당사자는 언제든지 혼인취소를 당할 수 있는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면서 “이는 후혼 배우자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민법 810조와 816조는 배우자가 있는 자는 다시 혼인할 수 없으며 이에 해당할 경우 법원에 혼인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중혼취소 청구권은 당사자와 배우자, 직계존속, 4촌 이내의 방계혈족, 검사에게 부여했다.



헌재는 그러나 C씨 청구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헌재는 “중혼은 일부일처제에 반하는 상태로, 언제든지 중혼을 취소할 수 있게 한 것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기초로 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유지·보장 의무 이행에 부합한다”고 전제했다.

헌재는 “중혼 취소청구권의 권리소멸사유 또는 제척기간을 규정하면 중혼임을 알고 후혼관계를 형성한 배우자까지 보호하는 부당함을 낳게 된다”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중혼취소청구권의 제척기간이나 소멸사유를 둔 예를 찾기 어렵다. 이것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후혼배우자의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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