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3)씨는 지난해 말 서울 마포에 신혼집을 구하면서 중개업자와 다툼을 벌여야 했다. 3억원짜리 주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중개업자가 수수료 외에 부가가치세 10%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가 일반사업자일 경우 부가세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 사업자등록번호를 조회해봤지만 해당 공인중개사는 간이사업자였다. 항의하는 김씨에게 중개업자는 곧 과세 유형이 변경될 예정이라며 부가세를 좀 낮춰서 조정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일선 주택매매거래 과정에서 일부 부동산중개업소들이 법적 기준을 무시하고 부가세를 계약자에게 요구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납부 대상이 아닌 사업자가 소득을 높이기 위해 부가세를 요구하는가 하면 업소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가세를 깎아주는 곳도 적지 않아 소비자 혼란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거래에서 중개수수료 이외의 부가세 청구는 연소득 4,800만원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연소득 4,800만원 이상의 중개업자는 일반 과세자로 분류돼 거래금액의 10%를 부가세로 청구할 수 있으며 4,800만원 미만의 중개업소는 간이과세자로 부가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별도의 부가세를 거래 당사자에게 부과할 수 없다. 현재 개업 공인중개사의 90% 이상은 간이과세자여서 사실상 대부분의 주택거래에서 부가세를 따로 내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실제로는 간이사업자인 상당수 중개업자까지 중개수수료에 10%의 부가세를 요구하고 있어 소비자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해 경기 광교신도시로 이사한 한 입주자는 "부동산에서 부가세를 현금으로 내라고 하길래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청했더니 갑자기 금액을 깎아주겠다고 하더라"며 "소비자한테는 더 받으려 하면서 막상 본인 소득이 노출되는 것은 피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부가세에 거부감을 느끼는 매수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손님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부가세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서울 서초구 S공인 관계자는 "강남권의 경우 매매가격이 높다 보니 부가세 부과 대상인 일반사업자들이 그나마 많은 편이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며 "고객이 부가세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보니 금액을 깎아주거나 아예 안 받을 때도 종종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부가세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거래 전에 사업자등록증의 일반·간이과세자 표기를 확인하거나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해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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