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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명인전] 한 건을 올릴 것 같다

제8보(101∼122)<br>○시에허 8단 ●이세돌 9단 <제8회춘란배결승3번기제1국>



이세돌의 흑3이 검토실의 여러 고수들을 놀라게 했다. 검토실에서는 언젠가 흑이 4의 자리에 나와서 3의 자리에 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이세돌은 정반대로 둔 것이다. "무슨 뜻이지? 끊을 수 있는 자리를 공연히 손대서 연결시켜 주다니. 이적행위 아닌가?"(필자) "후후후. 고수가 이적행위를 할 때는 반드시 복선이 있게 마련이지요."(김만수) 흑5까지 선수로 두고 이세돌은 흑7로 백대마를 차단했다. 이 차단의 파괴력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이세돌은 흑3과 5를 선수로 활용한 것이었다. 시에허는 서둘러 백12로 넘어갔다. "그것으로 백이 넘어간 건가?"(필자) "일단은 넘어간 것이지만 약간의 뒷맛이 남아있어요."(김만수) 흑13은 그 뒷맛을 살리겠다는 수순이다. 이 수로 그냥 참고도1의 흑2에 막아서 차단하는 것은 잘 안된다. 백7로 하나 붙여놓고 9, 11로 두면 흑이 어떻게 두어도 백대마는 죽지 않는다. 실전보의 흑15, 17로 백을 자충의 형태로 만든 것이 좋은 수순이었다. "지금 이세돌은 하변의 백과 우변의 백을 동시에 노리고 있습니다."(김주호) 시에허의 백20은 정수. 이 수로 참고도2의 백1에 몰면 흑은 2, 4를 선수로 두고 6으로 끊는다. 이 코스는 백의 불만이다. 흑21은 이세돌의 작은 실수. 반대쪽(16의 아래)부터 두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었다. "어떻든 흑이 한 건을 올릴 것 같아요. 이세돌의 공격이 제대로 먹히고 있어요."(김만수) 흑이 지금이라도 16의 아래에 틀어막으면 백은 중앙 8점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하변의 백이 몽땅 잡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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