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통신비 부담이 증가했다"며 "이동통신사들만을 위한 법"이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단말기유통법이 경쟁을 저해하고 담합을 장려한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이도 있다. 일부 소비자에게 과다한 지원금이 지급되지 못하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일면 타당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단말기유통법이 추구하는 요금·서비스 경쟁 활성화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평가가 가능하다.
'요금경쟁 유도' 단통법 효력발휘
법 시행 전 시장은 이통3사가 상대방 가입자를 빼앗기 위한 지원금 경쟁에 몰두해 정상적인 단말기 가격 자체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침과 저녁, 오프라인과 온라인, 수도권과 지방, 번호이동과 기기변경 가입자의 구매가격이 크게 달랐다. 얼리어답터라고 자부하는 이들조차 언제 단말기 보조금이 풀릴지 예측하지 못해 인터넷사이트를 방황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단말기 '가격'이 존재하는 '시장'으로 정상화하기 위해 지원금을 '공시'하도록 하고 공시금액을 적어도 7일간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소모적인 지원금 경쟁 대신 요금인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요금인하 여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통신사가 지원금에 쏟는 재원은 결국 요금인상을 통해 충당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요금인상을 억제하고 나아가 요금인하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금상한제도가 도입됐다. 변화는 진통 없이 이뤄지기 어렵다. 단말기유통법도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일례로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율이 기존 12%에서 20%로 상향된 점을 들 수 있다. 기존에 12% 요금할인에 가입했던 사람들도 6월 30일까지 전환신청을 할 수 있다.
단말기유통법에 따른 요금·서비스 경쟁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탄생시켰다. 음성통화와 문자는 무제한으로 누리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다른 이 요금제는 미국의 버라이즌·구글보다 저렴하다. 이 요금제는 지난 5월7일 KT부터 출시된 후 통신3사가 경쟁적으로 내놓았고 300만명이 가입 중(6월17일 기준)이며 그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통신사들이 지원금 경쟁에만 몰두했다면 이 요금제는 출시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욕구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미국에서 갤럭시S6가 199달러인데 우리나라는 단말기유통법 때문에 60만~70만원에 구매해야 한다고 말한다.
요금·서비스 따져야 소비자에 유리
그러나 미국에서는 199달러에 단말기를 구매하는 대신 가장 저렴한 요금제가 월 60달러이고 이때 제공되는 데이터가 500MB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국내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최저 요금이 3만원 미만임을 감안하면 2배가량 비싼 금액이다. 2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기준으로 2년간 지불하는 단말기 구입비와 통신요금을 비교하면 미국(240만원)보다 우리나라(180만원)가 더 저렴하다. 일본이나 독일 등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과도한 보조금은 통신요금 인상을 초래한다. 통신비를 비교할 때는 단말기 구입비뿐 아니라 통신요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눈앞의 이익을 좇는 데서 벗어난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도 소비자 후생이 더 커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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