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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 "18禁 등급, 직접 요청했다"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시사회 열려



"등급 신청을 할 때 우리가 청소년 관람불가를 요청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려면 최소한 필요한 나이가 있다고 봅니다."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제작 전원사)를 연출한 홍상수 감독이 전작에 비해 덜 노골적인 성 묘사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게 된 사연을 공개했다. 홍상수 감독은 27일 오후 2시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영화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신청할 때 18세 불가를 우리가 올렸다. 이 영화와 함께 하려면 최소로 필요로 하는 나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삶이 그런 게 아닌가. 어린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고 나이가 좀 든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기 바란다. 어린 사람들은 나중에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예술 영화감독 구경남(김태우)이 제천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겪는 일상과 제주도에 특강을 위해 내려가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구경남의 여정에 프로그래머 공현희(엄지원), 후배의 아내 유신(정유미), 대학시절 짝사랑 고순(고현정) 등이 얽힌다. 이들과는 로맨스로 얽히기도 하고, 불편한 사연으로 맺어지기도 한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는 감독의 전작들에서 흔히 보였던 사실적인 성애 묘사 등은 드러나지 않는다. 구경남과 고순이 벌이는 침대 위 정열적인 키스신 정도가 최고의 애정신일 정도다. 홍상수 감독은 전작들에 이어 영화 감독이 주인공이 돼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만나는 스토리 전개에 대해 "내 영화의 이야기들은 내가 시나리오를 쓰는 그 순간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들을 균형감각으로 만든다. 내 영화의 전반적인 주제는 사람들이 쓸 데 없는 것 때문에 괜히 힘들게 살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쓸데없이 불행해질 필요가 없다. 삶에는 주어진게 너무 많고 공짜가 많은데 우리 마음에 심어진 틀 때문에 싸우고 힘들어 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쓸 데 없는 믿음을 깨뜨리고 행복한 믿음을 추구했으면 좋겠다. 이런 점들이 내 영화 만들기의 가장 밑바탕이 된다. 상투적인 인물을 배치시켜서 그냥 조롱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들이 잘못된 믿음 속에서 얼마나 부대끼게 사는가를 자연스럽게 부각시킨다. 가장 상투적이고 일상적이고 전형적인 조각들을 모아서 너무 불편해서 튕겨져 나갈 정도가 아닌 선에서 이야기를 전한다"며 감독 자신의 연출 방식을 설명했다. 극 중 구경남 감독과 홍상수 감독 자신의 닮은 점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영화의 재료를 구할 때 나에게 너무 거리가 있어서 잘 모르는 것을 싫어한다. 내가 가 본 곳이나 아는 스타일의 인물을 쓴다. 너무 가까워서 모델이 되는 게 부담되는 사람은 중간 정도로 표현해 왔다. 그게 원칙이다"며 "나이 들면서 재료들이 나의 현재형에 조금 가까워지는 점은 있다. 최소한의 거리는 항상 유지한다. 여러분들이 접하는 다른 영화 보다는 만드는 사람과 소재 사이의 거리가 가깝다 보니 나와 연관지어 생각할수 있겠다 싶다. 그런 점에서 여러분들이 내 영화를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홍상수 감독은 시사회 도중 폭소가 수차례 터져 나올 정도로 극 중 유머가 한 층 강해진 것에 대해 "그런 유머는 저절로 나오는 것이다. 보통 아침마다 시나리오를 쓴다. 주어진 상황과 배우, 나 개인의 당시 심상에서 글을 쓴다. 배우들이 각기 센 분들이 많이 함께 하게 됐고 그 분들의 좋은 점을 드러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 것이 영향을 줬나 보다. 또한 내가 나이 들어가면서 생기는 편안함들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는 김태우, 고현정, 엄지원, 하정우, 정유미, 공형진, 유준상, 소설가 김연수 등이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제 62회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된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오는 5월 1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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