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취임 이후 김포공항의 국제선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소음 문제 때문에 인근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취임 1년을 갓 넘긴 김 사장이 김포공항의 국제선 확대를 최우선 목표로 세운 만큼 국제선 확대가 좌절될 경우 2년 남은 임기 동안 한국공항공사의 재도약 등 야침찬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김 사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23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는 지난 20일 시·구의원과 주민이 모인 가운데 김포공항 국제선 증편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김포공항의 증편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표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양천구민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항공기 소음으로 고통을 받아왔다"며 "국제선이 증편되면 소음의 노출도와 강도가 심해질 것으로 판단돼 김포공항의 국제선 증편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양천구에 따르면 국가소음정보시스템을 통해 공개된 양천구 신월동 지역의 소음은 지난해 평균 84.3웨클로 소음영향지역 기준(75웨클)을 크게 넘어섰다. 웨클은 항공기 소음을 평가하는 단위로 항공법상 방음시설 구축과 주민이주 등 정부대책이 마련되는 기준이 된다. 김포시 역시 김포공항의 국제선 증편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김포시의회는 지난 21일 유영근 의장을 비롯 10명의 의원들이 "김포공항이 동북아 중심의 단거리 항공교통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국제선을 부활시키면서 주민들이 엄청난 항공기 소음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한국공항공사는 김포시민들의 의견을 담은 시의회의 결의안을 받아 들어 국제선 확대 계획을 중단하기를 정중히 권고한다"고 결의문을 발표했다.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김포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도 당혹스런 모습이다. 한국공항공사는 국제선 확대를 통해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김포·김해공항 등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전국 14개 공항의 국제선 이용객은 1,027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88만명)에 비해 15.6%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선 이용객 증가율(10.4%)보다 크게 높은 수치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앞으로도 국제선을 늘려야 높은 성장률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현재 6개 국제 노선만 운영 중인 김포공항의 국제선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 사장은 최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여러 목표 가운데 김포공항의 국제선 확대가 1순위"라고 공공연히 밝힐 정도로 의욕에 차 있다.
문제는 김포공항 인근 주민을 설득할 만한 카드가 마땅찮다는 점이다. 한국공항공사는 항공법에 의거한 소음 대책을 실행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항공기가 일부 증편돼도 소음의 강도가 심각하게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률에 근거한 대책을 따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공항공사 측이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주민들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석기 사장이 주민과의 대화 등에 나서 주민 반발을 적극적으로 무마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김 사장은 지난 2009년 서울경찰청장 시절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을 무리하게 진압해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바 있다. 이번에도 김 사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김포공항 국제선 확대 정책을 무난하게 처리하지 못 할 경우 리더십에 다시 한 번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김포공항의 국제선 확대에 대한 결정권을 쥔 국토교통부는 지역 주민과의 마찰을 해결해야 한다는 전제를 제시했다. 이문기 국토부 항공정책관은 "원칙적으로는 제2차 항공정책 기본계획에 의거해 12월 중으로 김포공항의 인천공항 국제선 분담 기능을 조정할 계획이지만 주민 반발 등 지역 정서를 고려해 최종 결정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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