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은 안정될 것이다’ 지난달 미 상원 예산위원회 청문회에서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부동산 시장에 대해 던진 한마디다. 이는 지난 2월 그가 “단기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장기 채권금리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수께끼(conundrum)”라고 언급, 장기 시중 실세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맥을 같이한다. 그린스펀의 부동산시장 분석은 실물경제에서 확연하지는 않지만 그런 신호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0일 상무부가 발표한 3월 주택건설 착공건수는 14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83만7,000채로 17.6%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3월 주택신축 허가 실적도 202만3,000채로 4%나 떨어져 지난해 8월 이래 가장 낮았다. 경기진작을 위한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90년대 중반부터 ‘가파른 질주’를 이어온 부동산 시장에서도 불패 신화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95년 이후 미 부동산시장은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별 재미를 못 본 시중 유동자금을 끌어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며 최고의 투자처로 각광 받았다. 연방주택기업감독청(OFHEO)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주택가격은 평균 11% 올라 지난 79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전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가운데 8.5%는 해당 주택에 거주할 목적이 없는 사람들이 투자를 위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나 부동산이 재산증식을 위한 매력적 수단으로 활용돼 왔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시장전망을 크게 밑도는 3월 주택건설 착공건수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최근 들어 시장에 이상신호가 감지되면서 부동산도 이제 고점을 찍고 하향 반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물 경제지표에서도 미 경제가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물가불안 압력이 가중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초기증상을 보이고 있어 주택, 부동산 등 자산가치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1분기 경제성장률(GDP)이 2년래 최저인 3.1%에 그친 반면 고유가와 수입물가 상승으로 FRB의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지수는 연율 2.2% 증가해 2001년 4분기 이후 3년래 최대를 기록한 것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개인소비와 기업생산, 고용 등 전반적인 거시경제 지표가 꺾이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만 고공 행진을 이어가기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금리인상도 부동산 시장을 옥죌 전망이다. FRB 내부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우려해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매파들의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장기금리와 모기지 금리 상승을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기지 대출금리의 50% 가량이 변동이자율로 산정된 점을 감안하면 금리상승은 개인들의 대출상환 능력을 떨어뜨려 주택가격 하락을 조장하는 것은 물론 개인들의 가처분소득까지 감소시켜 경제전반에 주름살을 지우게 된다. 실제 맥도널드 파이낸셜 그룹이 지난달 백만장자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부동산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2003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이중 59%가 2년 안에 버블이 꺼질 것이라고 답하는 등 부동산 경기 냉각이 조만간 현실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낮은 저금리와 지속 가능한 미 경제성장을 이유로 부동산 거품붕괴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 지표에서는 부동산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위기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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