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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 '고미술품' 뜬다

미술사적 가치·희소성 커 수요층 꾸준<br>진위 논란등 영향 저평가된 가격도 매력<br>현대미술시장 급랭 불구 경매·전시 활기

작년 12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5억 5,000만원에 낙찰된 안중근 의사의 휘호 '인무원려필유근우'

소치 허련 '일속산방도'

고미술의 시대가 오고 있다. 불황때문에 미술시장이 잔뜩 얼어붙었지만 고미술은 오히려 경매와 전시에서 활기를 띄고 있는 것. 고미술품은 저평가된 가격에 미술사적 가치, 희소성 등으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시장상황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 요동치는 현대미술품과 달리 고미술품은 안정적인 가격과 꾸준한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어 불황에 더욱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왜 위축됐었나=최근 10년 이상 고미술품 시장은 변변치 않았다. 가장 큰 원인은 진위 감정에 대한 끊이지 않는 논란과 신뢰도 상실. 동시에 현대적인 주거양식과 대중 취향의 변화도 작용했다.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1980년대에는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식의 작품이 박수근ㆍ이중섭보다 비쌌고, 그 미술사적 의의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면서 “전반적인 사회 미의식의 변화와 함께 바뀐 대중의 현대적인 취향과 멀어진 탓에 그 동안 고미술품이 현대미술에 밀렸다”고 분석했다. ◇고미술, 왜 불황에 뜰까=미술시장 전문가들은 연초 시장 전망을 통해 올해 고미술의 약진을 예상했다. 무엇보다 그 동안 가격적으로 저평가됐기 때문에 구매 부담이 적고 상승여력이 많다는 평가에서다. 현대미술 시장은 최근 2~3년간 뜨겁게 달아올랐다 경기에 의해 빠르게 식은 데 반해 고미술 애호가들은 ‘부동층’의 꾸준한 수요를 유지한다는 게 다른점이다. 또 서양화로 시작한 컬렉터들이 작품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히며 고미술에도 관심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서화 외에 고려ㆍ조선 도자기와 책반닫이, 서안 같은 목기류의 인기도 상승세로, 외국 경매에서도 높은 값에 낙찰됐다. 이에 경매회사들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미술품의 중요도를 높이는 추세다.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서울옥션 경매에서 안중근 의사의 붓글씨가 5억 5,000만원에 낙찰됐다. 서울옥션과 K옥션 등은 올해 경매에서 수준 높은 고미술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안중근 유묵과 백범 김구 휘호 등은 고미술 경매의 인기 아이템. 신사임당과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 추사 김정희의 작품, 청자와 백자 등은 고가인 동시에 인기작이지만 수억원을 호가하는 현대미술에 비해서는 가격이 낮으며 특히 근대 서화는 위작시비가 없음에도 비정상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어떻게 고를까=고미술품 구입시에는 ▦지나치게 저렴한 작품은 더 신중을 기하며 ▦유통경로와 공인된 전시도록 및 미술사적 기준작품 확인 ▦ 수리ㆍ수복 여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 K옥션 고미술전문 나윤선 과장의 조언이다. 동산방화랑 박우홍 대표는 “호당가격을 매기는 현대미술과 달리 고미술은 한 작가의 비슷한 시기 같은 크기 작품이라도 질과 가격은 천차만별”이라며 “식견과 취향이 크게 좌우하는 만큼 꾸준히 좋은 작품을 접하면 안목을 높여 명작을 골라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목을 높일 수 있는 전시로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 ‘한국 근대서화의 재발견’전 외에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는 ‘소치 이백년 운림 이만리’전이 열리고 있다. 조선 말 남종 문인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과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허씨 집안의 운림산방의 업적을 90여점의 작품을 가지고 2월1일까지 선보인다. 오는 3월에는 같은 곳에서 안중근(1879~1910) 의사의 유묵을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하얼빈 의거 100주년 전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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