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사태로 미국·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크림공화국 귀속 절차를 강행할 경우 러시아에 대한 무역·금융제재가 불가피하고 우리 정부도 이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러시아 경협사업은 물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프로젝트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크림공화국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더욱 꼬인다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도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태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대응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기준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20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미국과 서방의 경고에도 러시아가 강공을 취했고 신냉전이 격화되면 우리 정부도 미국의 요구로 러시아 제재에 동참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할지도 모른다"면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부 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러 경협과 유라시아 이너셔티브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면서 "크림공화국 사태가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단계지만 주변국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적절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EU 등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나선다면 우리도 동참할 수밖에 없고 이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추진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추진하고 있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철도·항만·물류사업)에 한국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는 사업도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사실상 실행이 불투명해진다. 이 사업에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포스코, 현대상선 등이 참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축인 실크로드익스프레스(SRX) 구축사업에도 먹구름이 끼게 됐다. SRX사업은 한반도횡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등을 연결해 유라시아 경제권을 구축하자는 구상이다. 이들 사업에 대해서는 한·러 정부 간 금융지원, 컨소시엄 구성, 기업 간 투자협약 등이 수반돼야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취해진다면 이 같은 방안을 실행할 수가 없게 된다.
이에 더해 양국 정상은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에서 가스관 사업 협력, 한국 조선기술의 러시아 이전, 양국 국책은행 간 신용공여 제공, 한국 기업의 북극항로 이용, 전력망 연계사업 추진 등 굵직한 경협 방안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행 방안에 대해 합의했지만 크림공화국 사태로 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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