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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해빙기 오나] 이산상봉·금강산 관광 재개 물꼬… 꽉 막힌 남북 돌파구 기대

■ 10월 말~11월 초 2차 접촉… 무슨 얘기 오갈까

인도적 지원·DMZ평화공원 조성 등 논의 가능성<br>5·24조치 해제는 국제사회 고려 신중히 접근할 듯


황병서(오른쪽) 북한 군 총정치국장이 4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북한 선수들이 입장하는 동안 자리에 앉아 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손을 잡아 일으키고 있다. 왼쪽은 정홍원 국무총리. /인천=연합뉴스

황병서·최룡해·김양건 등 '북한 실세 3인방'이 4일 남한을 전격 방문해 우리 측과 남북 2차 고위급 회담에 합의함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달 말이나 11월 초로 예정된 2차 고위급 접촉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금강산관광 재개,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 드레스덴 구상 등 그동안 대립요인으로 작용했던 경제협력 내용들이 패키지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2차 고위급 접촉에서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거나 합의된 내용을 발표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3차, 4차 등 실무회의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만큼 북측이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 반대급부로 금강산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대북 접촉 및 투자 금지조치인 5·24 제재 해제의 경우 미국 등 우방국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고 국제사회와의 보조도 맞춰야 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실무협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핵실험 동결 등 북한 핵과 관련해 진전된 조치를 제안할 경우 우리 정부가 5·24 제재조치를 해제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 실세 3인방이 전격 남한을 방문하면서 대화와 협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만큼 이러한 협상 어젠다들이 패키지로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될 경우 남북 정상회담도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 실세 3인방이 청와대를 방문해 박 대통령을 만나지 않은 것은 당장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당장은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2차 고위급 접촉 등을 통해 남북 간 대결 국면을 초래했던 현안들에 대해 해법이 제시되면 정상회담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상회담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은 남한과 북한이 정상회담을 서로 필요로 할 정도로 국내 정치·경제 및 국제외교환경이 변하고 있고 정상회담을 통해 현실적인 실익(實益)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국민들과 약속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드레스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지지와 협조가 불가피하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통한 경제영토 확장도 북한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으로서도 대미협상이 꽉 막힌 상태에서 중국과도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고 북일관계 개선도 답보상태에 그치고 있다. 경제개발을 위한 남한자본 등 외자의 필요성 역시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엔은 경제제재조치에 이어 북한에 대한 인권 개선 압력도 한층 강화하는 등 전방위 '북한 압박'에 공조태세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은 정상회담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앞으로 예정된 고위급 접촉 과정을 통해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내년쯤에는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의 블랙홀은 결국 북한 핵 문제로 귀결된다"며 "북한이 앞으로 있을 실무회담에서 핵 문제와 관련해 진전된 조치를 내놓을 경우 정상회담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고 그 시기는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내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우리 정부는 '3단계 정상회담' 시나리오를 준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인도적 지원, 문화 협력 등에 기초한 교류에 나서고 이후 실무회담을 통해 금강산관광 재개, 개성공단 확대, 5·24 제재 해제 등 민감한 경제협력에 대해 논의를 하게 된다. 이어 마지막 단계로 북한 핵과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정상회담을 통해 매듭을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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