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1기 경제팀은 무엇보다도 대통령과 국정운용 방침에 대한 공유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 결과 정권 출범 초기부터 경제부처 간에 경제민주화와 성장중시 정책 사이에서 엇박자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안이 발생하면 신속한 대처보다는 문제가 상당 수준 진행된 연후에야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으로 부총리의 경제부처 장악력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됐다. 그 결과 정책 지속성과 효과에 대한 시장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또한 경제현안에 대해 현장감 있는 대안 마련보다는 지나치게 이론적·원칙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정책 타이밍을 놓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월세 과세 강화와 근로소득세 개편이다.
과감한 규제 개혁·삶의 질 개선 시급
새로 출범하는 2기 경제팀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오랜 정책자문 측근이라는 점, 일반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현장에서 느끼고 고민하는 정치권 인사라는 점, 그리고 정권실세 부총리로서의 강력한 리더십 등으로 인해 시장에서 상당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의 오랫동안의 정책공조 경험으로 일사불란한 정책집행도 예상되지만 상호 견제와 균형이 원활히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현재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을 고려할 때 2기 경제팀이 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세계경제의 축은 점차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 중이다. 일본과 EU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독자적인 통화 확장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잠재성장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또한 실제적인 소득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중산층이 줄고 서민들 삶의 질이 악화하는 등 사회적 불안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거시경제비전은 4%의 성장과 70%의 고용률, 그리고 국민소득 4만달러를 의미하는 474로 제시되고 있다. 474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방안은 지난 2월에 발표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나타나 있다. 새 경제팀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 앞서 향후 경제운용의 기본 원칙과 기조에 대해 보다 명확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는 물론 미래에 닥쳐올 우리 사회의 상황을 예상할 때 무엇보다도 일반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우리 사회의 안정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경제 부문의 규제개혁 등을 통해서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성장의 과실이 일부 기업이나 기득권층에 독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성장의 낙수효과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성장 혜택이 일반 서민들에게도 돌아갈 수 있도록 조세정책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사회안정-생산성 상호상승 극대화를
둘째로 정부정책은 일반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데 보다 집중해야 할 것이다. 교육비·주거비 및 의료비 경감, 그리고 물가안정을 통해서 실질적인 가처분소득이 증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비정규직 확산이 바로 우리 사회의 불평등도를 심화시키는 핵심이다. 넷째 경제주체 간 정당하고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되도록 법질서를 강화해야 한다. 이 점이 바로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다. 다섯째 공공 부문 개혁을 통해서 비효율을 축소하고 그 개혁이 민간 부문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낙후지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이제 새롭게 출범하는 경제팀이 사회 안정과 경제의 생산성 향상이 상호 상승효과를 낳는 선순환적 성장-복지체계의 확고한 기반을 마련해주기를 요망한다. 그래서 기로에 선 한국 경제의 파괴적 창조자로 기억되기를 기대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