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수익률이 10년물 기준으로 6개월 사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채 수익률은 회사채나 모기지 이자율, 신용카드 및 자동차 대출 등 각종 기업 및 소비자대출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31일 미 국채값이 폭락(수익률 상승)한 정확한 원인을 FRB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FRB의 관망세는 채권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미 FRB는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간의 수익률 격차가 한때 기록적인 2.75%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에 대해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져 미 국채같은 '안전 상품'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 재정의 심각한 악화에 따른 투자자들의 국채 기피 현상 때문인지를 놓고 헷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인 중국이 달러가치 하락을 우려하면서 1단계 조치로 장기국채 보다는 단기 국채 쪽으로 보유 비중을 이동시키기 시작한 것도 장단기 국채 수익률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FRB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당분간 시장 추이를 관망한다는 입장"이라면서 FRB가 앞서 경기 부양을 겨냥해 미 국채와 모기지채권(MBS) 등을 대거 매입키로 했음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지난 3월 18일 밝힌 FRB의 국채 및 모기지채권 매입 계획은 벌써 절반 가까이 소진돼 FRB가 더 이상 국채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모건스탠리자료에 따르면 당시 FRB는 향후 6개월내 최대 3,000억달러의 국채를 매입하기로 했으나 벌써 1,310억달러의 미 국채를 매입했으며, 1조2,500억달러 어치의 모기지 채권도 지금까지 모두 5,020억달러 어치를 흡수했다. 그러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처음 계획을 밝혔을 때 보다 1%포인트나 더 오르는 등 FRB의 시장 개입을 무색케 하고 있다. 모기지 채권 수익률도 국책 모기지회사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주말 30년물이 4.91%를 기록, 직전주말 보다 10bp나 더 올랐다. 웰스 파고의 스콧 앤더슨 수석 이노코미스트는 "10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지난 2주간 급등한 것을 보면 경기 회복세가 한계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면서 "채권 수익률이 더 뛰면 경기회생 기대감을 아예 버려야 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FRB가 경기부양을 위한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미 국채 매입 규모를 추가로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바클레이스캐피털 애널리스트들은 "FRB가 미 국채 매입량을 당초 발표한 3,000억달러에서 1조달러로 대폭 늘려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채권과 모기지 금리 등이 떨어져 경기부양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는 23~24일의 차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동 전까지 기다리지 말고 즉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