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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 中 영향 받았으나 더 높은 경지 올라"

'청출어람의 한국미술' 펴낸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미술은 중국의 영향을 받았으나 그보다 높은 경지에 올랐습니다. 일제 식민사관이 원인이겠지만 중국에 비해 폄하된 통념이 있어요. 이 점에 대한 오해를 수정하고 우리 미술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돕고 싶습니다" 국내 미술사학계의 최고 권위자인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고고미술사학)가 14일 저녁 새 저서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사회평론 펴냄)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쪽에서 나온 청색이 쪽빛보다 오히려 더 푸르다'는 뜻의 책 제목은 후배인 한국미술이 선배인 중국미술보다 뛰어남을 시사한다. 가령 바닥 장식 용도의 문양전(일종의 타일)에 산수화를 그려넣은 산수문전(山水文塼)은 중국을 중심으로 7세기 동아시아에서 유행했지만 백제에서 꽃을 피웠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보물 343호 백제의 '산수문전'은 한 폭 그림에 천지인을 모두 담았고 원근의 깊이감, 배치의 세련미가 응축됐다. 통일신라 때 화강암을 깎아 만든 '석굴암 본존불'은 균형과 비례가 사실적이며 불교미술로서 종교적 신성함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고려의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표면 전체에 상감문양을 빽빽이 채워 넣었는데 이는 중국 도자기에서도 보기 힘든 독창적 기법이다. 조선시대 겸재의 산수화, 단원ㆍ혜원의 풍속화가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이암의 '화조구자도'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안 교수는 강조했다. 천진난만한 강아지들의 개성을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표현했는데 구도나 묵법이 매우 파격적인 기법이었다. 그는 "일본의 미술사학자 요시다 히로시(吉田宏志)는 17세기 일본 화가인 소다츠(宗達)가 이암의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할 정도로 '화조구자도'는 조선 전기 영모화를 대표하면서 일본 회화에도 영향을 끼쳐 '청출어람'의 국제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가 2007년 평창동 화정박물관에서 강연한 내용을 묶어 출간한 이 책은 우수한 한국미술품 중 예술성ㆍ독보성ㆍ한국성ㆍ역사성 등의 기준으로 60여 점이 엄선됐다. 이 작품들만 알면 우리 미술문화의 우수성에 대한 이론을 갖출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고려와 조선의 불교조각, 조선의 청화백자 등은 중국보다 월등하게 낫다고 주장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다뤄지지 않았다. 추사 김정희도 마찬가지. 안 교수는 "추사체가 독자적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왕희지체나 조맹부의 송설체보다 낫다고 하기 어려우며 '세한도' 같은 서화도 같은 이유에서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요즘 관심이 높은 스포츠도 문화의 일부인데 운동 경기는 승패가 있으나 문화는 결코 지지 않는다"면서 "창의성의 발현과 감수성의 이해를 위해서라도 예술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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