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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고국에 바친 작은 위로

류현진, SF전 원정 26이닝 무실점 시즌 3승… 추신수, 시애틀전 시즌 마수걸이 홈런


"여기 미국에서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도록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류현진)

"부모 처지에서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우리는 왜 안 좋은 일이 닥친 뒤에야 수습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추신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류현진(27·LA 다저스)과 추신수(32·텍사스)가 여객선 침몰 사고로 실의에 빠진 고국에 18일(이하 한국시간) 시즌 3승과 첫 홈런을 바쳤다.

류현진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SF)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4피안타 1볼넷에 탈삼진 3개를 곁들이는 무실점 호투로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2연승으로 시즌 성적은 3승1패에 평균자책점 1.93(종전 2.57). 지난 5일 홈 개막전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겪었던 2이닝 8실점(6자책) 악몽도 깨끗이 씻었다. 경기 전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에서 원정 라커룸 개인 라커에 'SEWOL 4.16.14'라고 붙이고 등판, 개막 이후 원정 26이닝 무실점 기록을 쓴 류현진은 "지금 한국에 큰일이 벌어졌고 국민이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은 상태여서 여기 미국에서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도록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경기 후 밝혔다. AP통신도 "류현진은 조국을 위해 던졌다. 한국민에게 위로가 되고자 마운드에서 힘을 냈다"고 보도했다.

2남1녀를 둔 아버지 추신수는 다소 격앙된 반응도 보였다. 이날 텍사스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벌어진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경기(8대6 텍사스 승)에서 텍사스 이적 이후 첫 홈런(1점)을 때리는 등 5타수 2안타로 활약했지만 표정은 무거웠다. 경기 이후 그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 처지에서 세월호 침몰 소식을 듣고 너무 가슴 아팠다"며 "미리 대처하지 못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이 참 답답하다"며 안타까워했다.



◇26년 만의 대기록, 실질적 에이스 류현진=다저스는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의 부상 낙마에도 10승6패로 서부지구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2년 차 류현진이 '실질적 에이스'로 선발진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저스 선발 5명 가운데 2선발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다. 1선발 잭 그레인키도 3승에 평균자책점 2.76을 찍고 있지만 류현진처럼 압도적인 내용은 아니다. 류현진은 개막 이후 원정 4경기에서 26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잇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28이닝 연속 무실점. 원정에 약했던 지난해의 징크스를 완전히 털어버린 것이다. 다저스 선발투수가 원정 4경기를 연속 무실점으로 막기는 1988년 9월 오렐 허샤이저(37이닝) 이후 처음이다.

류현진은 이날 수렁에 빠진 팀을 끌어내는 에이스 구실을 완벽히 수행했다. 1대0으로 앞선 4회가 압권이었다. 1사 뒤 볼넷을 내줬지만 6번 타자 브랜던 벨트를 3구 만에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7번 브랜던 힉스마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벨트에게는 직구, 힉스 때는 체인지업으로 승부를 걸었다. 전체 112개 가운데 60개를 던진 직구(최고 시속 150㎞)가 낮게 제구돼 시종 수월했다. 이날 졌다면 라이벌 구단에 3연전 싹쓸이를 당할 뻔했던 다저스는 류현진의 쾌투로 자존심을 챙겼다.

◇2년 연속 20-20 시동 건 추신수=3대0으로 앞선 2회 2사 주자 없는 상황. 오른손 선발 에라스모 라미레스를 상대한 1번 타자 좌익수 추신수는 볼 카운트 2스트라이크 2볼에서 들어온 체인지업을 노려 쳐 오른쪽 외야 관중석에 꽂혔다. 정규시즌 16경기 만의 마수걸이 홈런. 홈 팬들 앞에서 첫 장타를 선보인 추신수는 내야안타 1개를 추가해 시즌 5번째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작성했다. 시즌 타율과 출루율은 각각 0.293에 0.417.

호타준족의 상징인 한 시즌 20홈런-20도루를 지난해까지 통산 세 차례 기록한 추신수는 2년 연속 20-20(올 시즌 1홈런-1도루)에도 시동을 걸었다. 추신수는 "아직 타격 컨디션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서 홈 구장 적응에 대해서는 "공수에서 서서히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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