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의 진원지로 스마트폰이 지목된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스마트폰은 최근 수년간 급성장의 일등공신이었다.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애플을 잡고 세계 1위라는 명성도 안겨줬다. 하지만 시장 흐름이 변하면서 기회가 위기로 바뀌었다. 지난해까지 40% 이상이었던 시장 성장률이 올해는 15%대로 급감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대당 가격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시장이 성숙단계로 진입할 때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으로 먹고 살았지만 앞으로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번 쇼크가 단순히 한 기업에만 국한된다면 걱정할 게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국내총생산(GDP)과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18%에 달하는 존재다. 삼성전자가 재채기를 하면 국민경제 전체가 심한 몸살을 앓을 수도 있다. 모든 이들이 우려반 기대반으로 한국 최고 기업을 바라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더 멀리 보고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만들어내면 위기는 다시 기회가 될 수 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넘어 앞으로 적어도 10년을 선도할 수 있는 '포스트(post) 스마트폰'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혼자의 힘으로 부족하다면 외부의 도움을 받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정부도 기업들의 체질개선과 '포스트 삼성전자' 육성에 나서 비정상적인 경제를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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