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많은 정보를 만들고 공개한다고 해도 수요자가 원하는 정보가 아니라면 사장되고 맙니다. 올겨울 에너지 수요는 얼마나 될지, 스모그는 언제 발생하는지와 같은 수요자가 원하는 맞춤형 정보를 만들어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할 계획입니다."
취임 3개월째를 맞는 고윤화(59·사진) 기상청장은 지난 1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빅데이터 분야에서 기상청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량의 정보인 빅데이터를 분석해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창조경제를 주요한 국정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런 면에서 기상청도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고 청장은 단순히 대량의 정보를 공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기상정보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필요한 형태의 자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얼마 전 고농도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를 뒤덮었을 때도 환경부와 기상청의 정보공유와 협업이 문제가 됐다. 대기오염물질인 미세먼지는 환경부의 관리 대상이지만 미세먼지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바람의 방향과 같은 기상 현상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환경부 대기관리과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후 오랫동안 대기 분야에서 일한 전문가인 고 청장 역시 대기오염 문제에 있어서 기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일단은 환경부에 미세먼지예보 프로그램에 기상청의 날씨예측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직원 두 명을 파견한 상태"라며 "앞으로 환경부에 오염물질 측정 자료를 받아 대기 정체 현상이나 안개와 오염물질이 결합해 나타나는 스모그 현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환경 분야의 협업이라면 에너지 분야와의 협업도 있다. 기온에 따른 발전소 가동률 등 전력수급 예측을 정확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양열발전이나 풍력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입지를 선정할 때에도 기상청이 제공하는 일사량이나 일조량, 바람의 분포 구조가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고 청장은 "환경과 농업, 보건, 에너지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기상정보가 필요하고 우리가 그 정보를 제공하려면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기상 전문가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직접 만나 함께 일하는 협업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상에 대한 정확한 예보 능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기상청은 이상기후로 인해 잦아지고 있는 국지적인 기상 변화를 정확하게 잡아내기 위해 2014년 550억원을 들여 슈퍼컴퓨터 4호기를 도입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슈퍼컴퓨터 4호기가 도입될 경우 현재 가로 세로 1.5㎞ 단위로 예보를 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로 세로 500m 단위로 예보를 할 수 있게 된다. 동네 단위로 날씨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고 청장은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소나기나 돌풍, 대기오염물질 확산과 같은 국지적이고 순간적인 기상정보는 30m~250m급의 해상도에서나 이뤄질 수 있다"며 "슈퍼컴퓨터 4호기를 도입한다 해도 3시간에 한 번씩 전국적으로 30m급의 예보를 내보내기는 어렵지만 국지적 강우와 같은 다양한 기상현상을 과거보다는 훨씬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국적으로 고해상도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면 필요한 부분만 잘라서 30m급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을 테스트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렇듯 새로운 공공기상 서비스 개발에 골몰하고 있지만 기상청의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볼멘소리가 나오는 곳도 있다. 바로 민간 기상산업 분야다. 기상청이 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반대로 민간 기상업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고 청장은 "기본적인 날씨 예보나 공공기관에 공급하는 정보는 기상청에서 제공하고 기업 등 비즈니스 영역에서 요구하는 정보는 민간업자가 한다는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기상 정보를 제공할 생각"이라며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기상서비스의 세부 사항을 정하는 훈령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기상산업의 또 다른 한 축인 기상장비 분야는 어떨까. 국내 기상장비 시장이 워낙 작은데다 이미 해외의 2~3개 제조업체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우리나라 업체들은 장비개발은 고사하고 해외의 장비를 수입해 판매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고 청장은 "설령 국내 업체가 1년에 5대 10대 팔려고 수십억원 들여서 장비를 개발해도 입찰에 참여하면 외국 업체가 반값에 덤핑으로 들어오면 속수무책"이라며 "기상청이 자주 쓰이는 장비를 중심으로 국산화를 지원하고 개발한 장비를 사주는 기술개발자금 지원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기상장비 업체와 기상청의 고질적인 납품비리 문제도 반드시 털고 가야 할 과제다. 현재 검찰은 공항에서 난기류를 감지하는 데 쓰이는 기상장비 라이다(LIDAR)를 둘러싼 납품비리를 조사 중이다.
고 청장은 "저도 대기측정장비를 수없이 구매했고 업자들도 많이 상대했지만 여기만큼 장비납품에 관한 각종 투서가 쏟아지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이 모든 것이 행정적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에서 장비를 구매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절차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본적도, 다뤄본 적도 없는 새로운 장비를 구매하려다 보니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다.
고 청장은 "문제 장비들 쭉 훑어보니 전부 처음으로 구매하는 장비였다"며 "장비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규격서를 만들고 규격이 이상하니까 업체들이 이의제기를 하면 중간에 바꿔주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 청장은 기상산업진흥원에서 전담하고 있는 장비구매 컨트롤타워를 기상청 내에 만들고 기상산업진흥원의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진흥원이 기상청보다 기술적으로든 구매조달절차에서든 전문가라면 문제가 없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며 "기상청에 기상장비과를 신설해 구매업무를 총괄하고 기상측기연구과를 만들어 첨단기상장비의 성능시험과 연구 활용 가능성을 타진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라이다에 대해서는 "해당 업체에 재검증을 하지 않으면 인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고 업체에서도 동의를 했다"며 "국내에 라이다 장비를 사용해본 사람이 한 명도 없어 해외에서 전문가를 데려와 검증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납품비리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서 고 청장은 근본적으로 정책 기획력과 행정력을 갖춰갈 수 있도록 조직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기상청이 보다 다양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예보 정확도에 매달리는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예보업무는 과감하게 지방청에 내려주고 본부는 공공 서비스 확대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개편안을 구상하고 있다.
앞서 예보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본부 내부의 체계도 개선할 계획이다. 고 청장은 "비예보 분야는 마치 예보를 지원하기 위한 조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베테랑 총괄예보관을 두고 나머지는 직원들은 보직 순환을 시키고 주기적으로 세미나나 워크숍도 열어 예보와 비예보 부서 간의 보이지 않는 벽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신규직원 채용도 특정 지역 출신에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지역 단위 채용을 검토 중이다.
He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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