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숙청작업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주도로 장기간 지속적으로 이뤄져온 것으로 관측돼 장 부위원장의 재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북한 사회는 실세로 불리던 2인자도 한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공포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권력에서 밀려난 북한 권부 상층권의 망명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 재기 불가능할 듯=장 부위원장의 해임 발표 보도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반당·반혁명 종파행위'와 '장성택 일당'이라는 표현이다. 일당영도체제를 중요시하는 북한에서 반당행위를 했다는 것은 어느 죄보다 큰 죄다. 무엇보다 김정일 후계구도에서 장남 김정남과 치열한 권력암투를 벌인 김정은 본인이 반당행위에 특히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북한이 장성택 숙청 사실을 보도하면서 '장성택 일당'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장성택 주위 사람의 숙청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인다. 장성택은 1970년대 김정일 후계체제 때부터 실세로 활동하며 북한의 권력 핵심부에 박봉주 내각 총리,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지재룡 주중 대사 등을 포진시켰다. 이들은 현재 북한 경제개발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지만 장성택의 숙청으로 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북한이 보도에서 "국가 재정관리 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으로 팔아버리는 매국행위를 했다"며 "주체 철과 주체 비료, 주체 비날론 공업 발전에도 해독을 끼쳤다"고 지적한 것 또한 경제 부문과 연계된 장성택 관련 인사들의 숙청을 암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위해 당장 장성택 계열 인물들을 놓아둔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손을 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와의 불화도 장성택의 재기를 힘들게 하는 부분이다. 보도는 "(장성택이) 여러 여성들과 부당한 관계를 가졌으며 고급 식당의 뒷골방들에서 술놀이와 먹자판을 벌였다"고 지적하는 등 이례적으로 숙청 대상자의 여자관계까지 공개하며 장성택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실제 장성택은 젊은 시절 바람기 때문에 부인과 별거하기도 했으며 이 때문에 김경희가 장성택의 숙청을 암묵적으로 동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고위인사 망명 이어질 듯=북한 내에서 온건파로 분류되던 장성택의 숙청으로 북한 군부의 득세는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김정은이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공포정치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아 북한 인사들의 망명설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이번 장 부위원장의 숙청은 자연스레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과 그 주변 인물들의 부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장성택의 숙청 사실을 알리며 "당의 방침을 공공연히 뒤집어엎던 나머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에 불복하는 반혁명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감행했다"며 장성택이 장거리로켓 발사, 3차 핵실험 등에 신중론을 펼친 것을 비판했다. 이 때문에 군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 세력이 북한의 향후 대외정책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룡해 또한 장성택의 몰락을 목도했기 때문에 자신의 세력을 만들기보다는 몸을 숙이며 김정은의 눈치를 살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에게 위협이 되는 순간 숙청 대상에 오른다는 사실을 최룡해가 누구보다 잘 알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때문에 김씨 일가를 제외한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망명 신청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법보다는 권력자의 결정에 따라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북한 고위층부터 망명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무엇보다 2인자로 급부상한 최룡해야말로 자신의 자리를 위태하다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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